시장에선 '충격이다'고 평했다. 당초 예상했던 대한통운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현금동원력이 풍부한 포스코와 삼성이 손을 잡았는데, 어떻게 CJ가 당해낼 수 있겠느냐는 게 시장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CJ는 '풀 베팅'을 했고, 결국 대한통운을 손에 넣었다. 재계에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삼성과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승부근성이 발동한 것 같다"고 평했다.
대한통운 주식매각 주체인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은 29일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 CJ제일제당-CJ GLS 컨소시엄의 제안서를 평가한 결과, CJ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CJ가 대한통운 지분 37.6%(858만1,444주)에 대해 제시한 인수 가격은 주당 2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20만원만 가정해도 인수금액은 1조7,100억원 수준.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총 9.64%)에 대한 태그얼롱(주요 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같은 값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경우, 인수금액은 2조원대로 높아진다. 이는 본 입찰 마감일(27일) 종가(13만500원)에 비하면 50% 정도, 최근 3개월 평균주가(약 10만5,000원)를 기준으로 하면 무려 91.1%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이에 비해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은 19만원 정도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주당 17만원대 정도로 거론된 인수가격이 급격히 높아지게 된 것이다.
왜 CJ가 이렇게 높은 가격을 써 냈는지는 분명치 않다. 물류 사업강화를 위해선 어떻게든 대한통운을 손에 넣어야 했던 만큼 확실하게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삼성SDS가 포스코를 지원한 데 감정이 상한 이재현 회장이 오기로 통 큰 금액을 써 냈다는 해석도 있다. 감정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90%나 얹어주는 충격적인 베팅을 할 수는 없다는 것. 실제로 입찰 마감 시간 직전 써낸 최종 가격은 이재현 회장의 직접 지시로 결정됐으며, 이 회장 등 몇 사람 외엔 구체적인 금액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CJ가 너무 질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호터미널 등 주요 관계사를 모두 분리 매각한 상황에서 대한통운 하나만 인수하는 가격임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 CJ 주가는 9.88%나 폭락한 7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피인수 기업인 대한통운 역시 오전까지만 해도 포스코에 인수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했지만 CJ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폭락하기 시작, 결국 하한가에 마감했다. 증시에서는 두 기업의 만남을 '잘못된 만남'으로 본 셈이다.
하지만 CJ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이 5,000억원 가량 있고 삼성생명 지분매각 등으로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이 1조원이나 된다. 추가로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매각 대금을 마련하더라도 재무구조에는 영향이 전혀 없다"며 일각에선 제기되는 '승자의 저주'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물류계열사인 CJ GLS, 홈쇼핑업체인 CJ오쇼핑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한통운을 그룹 내 주요 성장축으로 삼고 나아가 아시아 대표 물류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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