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다음달 유럽시장을 겨냥한 새 중형차를 내놓는다. 현대차가 유럽만을 타깃으로 한 전략형 중형차를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현대차는 그 동안 소형차를 중심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해왔는데, 한ㆍEU FTA 발효에 맞춰 중형차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28일 현지 전략형 모델 i40(프로젝트명 VFㆍ사진)가 빠르면 다음달, 늦어도 8월부터는 유럽 현지에서 일제히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일단 유럽 시장에 성공적 안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6만대 판매를 위해 전력투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40은 현대차의 간판차종 쏘나타를 기반으로 제조된 현지 전략형 차량. 하지만 쏘나타의 플랫폼(차량의 뼈대)를 사용해도, 외양은 전적으로 유럽인의 취향에 맞춘 차다. 디자인도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가 맡아 완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인들은 실용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세단형 보다는 뒷좌석과 짐 칸이 합쳐져 화물적재공간이 넓은 해치백 스타일을 선호한다"면서 "i40도 해치백 형태로 디자인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중형차급의 약 54%가 해치백 모델이다. 독일에서는 아우디 A6와 같은 고급차도 해치백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i40의 엔진도 가솔린 엔진뿐 아니라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디젤 엔진도 장착된다.
현대차는 이번에 유럽 전략형 중형차를 내놓으면서 '도요타의 실패사례'를 집중 연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의 캠리는 지난 10여 년 간 미국시장에서만 연간 30만대 이상 팔리는 자타공인의 베스트셀링카. 하지만 유럽에서는 지난해 고작 15대 팔리는데 그쳤다. 판매부진이 거듭되자 도요타는 유럽시장에서 사실상 캠리의 판매를 포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잘 팔리는 모델이라고 해서 유럽시장에 그냥 내놓을 경우 도요타처럼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세단+가솔린'기반의 소나타를 '해치백+디젤엔진'스타일로 과감하게 변신시킨 것.
현대차는 이번 i40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도 겨냥하고 있다. 판매차종을 소형차 위주에서 중형차급까지 확대, 유럽에서 '소형차 제조업체'라는 딱지를 떼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는 5월까지 유럽시장에서 28만3,506대를 판매, 도요타(25만6,935대)를 앞서고 있지만 판매 차량이 i10, i20, 프라이드 등 소형차에 집중돼 있다. 쏘나타, K5, 제네시스 등 중형, 준대형의 판매량은 1,200여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ㆍEU FTA가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 차량의 현지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i40를 통해 유럽에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마케팅에도 주력, 유럽 판매망을 우리나라에 초청해 판매를 독려하는 한편 이달 중순부터 유럽 각국에서 현지 언론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승행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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