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휴먼 캐피탈 보석을 찾아라] <3·끝> 인재양성도 시스템이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휴먼 캐피탈 보석을 찾아라] <3·끝> 인재양성도 시스템이다

입력
2011.06.28 17:31
0 0

■ GE·MS·애플·맥도날드… 그들의 성공 뒤엔 인재사관학교가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맥도날드의 공통점 두 가지. 하나는 세계적 기업이란 점, 다른 하나는 독특한 인재육성 시스템이 있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회사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리더를 키워내는 것, 이것이 바로 세계적 기업들의 인재 육성 시스템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은 인재에 의해 좌우되고, 인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GE의 크로톤빌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성공 비결요? 크로톤빌이죠." GE코리아 직원에게 세계적 기업 GE의 성공비결을 묻었더니 바로 크로톤빌을 꼽았다.

크로톤빌(Crotonville). GE의 유명한 인재사관학교. 정식 명칭은 크로톤빌 리더십 연구원으로, 미국 뉴욕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인구 6만명 정도의 소도시 오시닝에 자리잡고 있다. 랄프 코디너 전 GE 회장이 1956년에 사업규모를 확대하며 걸 맞는 경영진을 키우기 위해 설립했지만, 이 곳을 지금의 전설로 키운 사람은 바로 잭 웰치 전 회장이다.

인재 경영을 유독 강조했던 잭 웰치 전 회장은 82년에 크로톤빌을 확대해 조직 문화와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한 경영의 장으로 활용했다. 주변부지를 매입해 확대한 후, 당시 대학이나 경영연구소에서 가르치지 않는 각종 경영기법을 교과목으로 만들어 직원들에게 가르쳤다. 한마디로 세상에 없는 실무형 인재 양성소를 만든 셈이다.

그 결과 크로톤빌은 전세계 인재 양성소의 표본으로 떠올랐고, 연간 12회 시행되는 교육에는 GE 직원은 물론 전 세계 유명인사들까지 참여해 수업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이 이 곳을 거쳐갔다. 특히 이 사장은 삼성의 요청으로 GE 임원들에게만 실시하는 3주간의 내부 임원 교육을 특별 이수했다. 조병렬 GE코리아 전무는 "외부인이 크로톤빌의 내부 임원 교육을 받은 경우는 GE 역사상 통틀어 4,5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과연 크로톤빌의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지난해 7월에 3주간 크로톤빌 교육을 받은 조 전무는 한마디로 "혹독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입소 후 조 배정이 끝나면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강의 및 토론 교육을 한다"며 "교육이 끝나도 발표 자료 준비 등을 하면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고 업무는 이메일로 처리해야 해서 하루 3,4시간 밖에 잘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의 효과는 높다. 회장 및 부회장, 사장단 등 GE의 최고경영진이 교육자들을 1 대 1 면담을 해서 GE의 문제점이 무엇인 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토론을 한다. 한마디로 "당신을 GE의 경영진으로 생각한다"는 무언의 암시다. 실제로 교육 참가자들은 대부분 승진을 한다. 당연히 교육 참가자들이 느끼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낸 답은 GE 회장 및 최고경영진들이 줄줄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를 하고, 내용이 합당하면 바로 경영에 적용한다. 2006년에 크로톤빌을 다녀온 황 수 GE코리아 사장은 "호주 금융사업부문의 경영 진단 문제를 과제로 연구해 개선점을 찾아냈고 이를 바로 현장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크로톤빌을 다녀온 GE 직원들은 교육 이수 후 효과를 더 높게 평가한다. 조 전무는 "참가자의 절반 이상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미국 이외 국가 출신으로, 여성도 30%에 이른다"며 "세계 각국에 흩어져 다양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지 이야기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MS의 MGX, 애플 아카데미, 맥도날드의 햄버거 대학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는 MS글로벌 익스체인지(MGX)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다. 매년 7월에 미국의 각 도시를 돌며 열리는 이 행사는 전세계 지사의 신입 및 경력 사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MGX의 핵심은 CEO와 소통. 1~2주가량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스티브 발머 등 경영진들이 직접 나서, MS의 비전을 소개하고 전략제품까지 설명한다. 2008년 MGX를 다녀온 백수하 한국MS 상무는 "최고경영진과 교감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을 할 때 경영진이 강조한 핵심을 우선 순위에 반영하게 된다"고 말했다.

애플도 '애플 대학'으로 알려진 애플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미국 애플 아카데미는 전세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심지어 직영 매장인 애플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까지도 애플 본사에 모여 따로 전문 교육을 실시한다. 애플 관계자는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 전문가를 만드는 것이 애플 아카데缺?목표"라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햄버거 대학은 미국 하버드대학보다 경쟁률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61년에 설립된 이 곳은 전세계에 지점을 갖고 있는 맥도날드가 매장 관리를 전문으로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

미국 시카고를 비롯해 호주 시드니, 중국 상하이,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독일 뮌헨 등 7곳에서 운영중인 햄버거 대학은 단순 매장관리뿐 아니라 인사, 경영기법까지 무료로 가르친다. 국내에서도 미국 시카고와 호주 시드니로 위탁 교육을 보낸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국내 기업도 인재 육성 틀 개척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국내 대기업에도 인재교육의 틀이 하나 둘씩 잡혀가고 있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레벨에 걸맞게 주요 대학과 산학협력을 강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스터고 육성을 통해 능력 위주의 필요한 인력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삼성은 이미 20년 전 국내 기업 중엔 가장 먼저 지역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원하는 지역에 1년 가량 체류하면서, 어떤 도움 없이 스스로 현지자립능력을 키워가는 방식이다. 현재 세계시장을 누비는 삼성맨 중 상당수는 이 지역전문가 제도가 배출한 인재들. 삼성은 현재 지역전문가 제도를 업데이트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삼성그룹 산하 전 세계 법인의 인사담당자 1,400명이 모여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 지역전문가제도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자동차 100대 파는 것보다 1명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임원실에서는 정몽구 회장과 부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인재개발 회의가 열렸다. 결론은 늘어나는 해외 인력에 '현대의 DNA'를 심자는 것. 이를 위해 해외 인재교육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조직은 연내 윤곽을 드러낼 예정인데, 향후 국내 핵심인력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인력 8만185명 중 해외인력이 30%에 육박하는 2만3,724명이나 차지한다. 이 회사는 이들 해외 생산, 관리 직원을 대상으로 필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재교육을 실시, 인재로 육성하고 있다.

국내인력에 대해서도 관리, 연구, 생산 등 직군 별로 업무 특성에 맞게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인터넷을 활용한 '글로벌러닝센터'에서 필요한 어학, 문화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직무교육이 병행되고 있다.

SK는 사내 교육기관이 SK아카데미를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특히 SK아카데미는 2007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중국에 분원까지 설립, 현지 직원들이 SK의 핵심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교육시스템도 과거처럼 주입식, 강의식 일변도에서 벗어나 토론과 참여를 통해 가치를 공유하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며 "앞으론 대기업의 CEO급은 단지 실적이나 충성도를 넘어 사내교육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