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해와 김해, 이른바 '해(海)벨트'가 뜨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유명 기업들이 이 지역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세계최대의 데이터센터 밸리'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가 한국계 일본기업인 손정의 소프트회장과 협약을 맺은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오는 10월 경남 김해에 짓기로 한데 이어 LG CNS도 내년 12월 가동을 목표로 부산ㆍ진해 경제자유구역에 연면적 4만평 규모의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는 기업운영에 필요한 각종 전산자료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핵심자료를 모아두는 곳인 만큼 단순히 컴퓨터용량만 크거나 속도만 빨라선 곤란하고, 지진 홍수 화재 등 재해로부터도 안전해야 한다. 또 정전이나 통신불통 등 사고도 없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PC에 자료를 보관하지 않고 원격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접목되면서, 데이터센터는 기업 활동의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
KT와 LG CNS가 부산 김해와 진해 지역에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이유는 이 곳이 ▦환경 ▦지리적 여건 ▦기반시설 등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곳이기 때문.
우선 김해-진해 지역은 '지진자유구역'이다. 1990년 이후 진도 3.0 규모의 지진이 전국적으로 183회나 발생하는 동안, 이 곳엔 한번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에 보관하는 서버에 치명적인 황사의 영향도 미미하다. 뿐만 아니라 인근 부산 지역은 국제 해저케이블의 90%가 들어오는 관문지역이어서 통신환경도 매우 우수하다. 그만큼 글로벌 기업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할 때 안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저렴한 전기료 또한 글로벌 기업들이 매력적으로 꼽는 요소.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싱가포르와 홍콩은 전기료가 비싸 불만이 많다. 특히 날씨가 덥고 습하다 보니 끊임없이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찮다.
LG CNS는 바로 이 점에 착안, 저렴한 전기료로 글로벌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LG CNS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실내로 끌어들여 발열이 심한 서버를 식히는 외기 공조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냉방비를 절약할 계획이다.
현재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 등 굴지의 기업들이 KT와 LG CNS 등과 접촉하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도호쿠(東北) 대지진 이후 불안감을 느껴 한국으로 데이터센터를 속속 옮기는 작업을 추진 중인데 소프트뱅크는 이미 KT와 이전계약을 맺었고 다른 일본기업들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다. KT는 아예 소프트뱅크와 합작 법인을 설립, 9월부터 일본 기업 유치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LG CNS도 싱가포르와 홍콩에 위치한 해외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를 국내 유치하기 위해 주력할 계획이다. LG CNS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등을 활용하며 데이터가 폭증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면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며 한국이 세계 데이터센터의 허브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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