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를 다니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평균 연비는 1.77㎞/㎥다. 1㎥ 부피의 CNG로 1.77㎞를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포교통 소속 672번 버스를 운전하는 정중용(44)씨는 1㎥의 CNG로 평균 연비의 2배에 가까운 3.39㎞를 달린다. 이런 알뜰 운전의 비결에 대해 정씨는 "가속 페달을 밟아야 차가 나간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귀띔했다.
버스운전 경력 12년 차인 정씨가 연비를 높이는 친환경운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4월 차를 CNG 버스로 바꾸기 위해 친환경 운전교육을 받으면서부터다. 친환경운전의 핵심은 급출발ㆍ급가속ㆍ급제동을 하지 않고 차가 운행하는 속도를 활용해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 정씨는 "버스정류장 100m 전부터 가속 페달을 밟지 않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여 정차하고, 신호대기를 할 때는 기어를 항상 중립에 놓는다"고 했다.
친환경운전 습관이 쉽게 생긴 것은 아니다. 정씨는 "처음에는 일부 승객이 '약속에 늦었는데 왜 이렇게 천천히 가느냐'고 항의를 한 적도 있다"며 "숙달이 되니 일정 수준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친환경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형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정씨가 운전하는 672번 버스는 강서구 방화동 기점을 출발해 경기 김포시 불로동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후문을 오간다. 정씨는 "김포 천둥고개 내리막길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 600~700m 정도를 달릴 수 있고, 마포의 성산 2교 언덕에서도 200m 정도 갈 수 있다"며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모두 시속 60㎞ 정도의 속도로 달린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정중용씨를 포함해 102명의 시내버스 친환경운전 우수자를 선정해 28일 시상했다. 시는 시내버스에 연비 자동측정장치를 달아 6개월 간 실적을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우수 운전기사들의 평균 연비는 2.18㎞/㎥로 일반 운전기사보다 23% 높았다. 시는 친환경운전 실천하면 연료비를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도 4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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