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상태인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내 상권을 확보하려는 '유통 공룡'들의 각축전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1990년대 1기 신도시 조성 당시의 '영토 확장' 경쟁이 재연되는 상황이라 중소 업체들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먼저 총성을 울린 건 신세계다. 경기도 내에 백화점이 하나밖에 없어 백화점 숫자에서 밀렸던 신세계는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신세계와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이 합작한 ㈜신세계첼시는 2007년 6월 1호점인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한 데 이어, 올해 3월 파주시 탄현면에 2호점을 열었다. 또 하남시 신장동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 11만7,000여㎡에 유니온 스퀘어라는 복합쇼핑단지를 짓기 위해 지난달 홍콩의 글로벌 유통기업 킹파워사, 하남시 등과 투자협약서(MOA)를 체결했다.
도내에 6개의 백화점을 운영 중인 유통 강자인 롯데도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신세계에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12월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출판산업단지에 약 4만㎡ 규모의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을 연다. 신세계 탄현점과는 직선거리로 6㎞밖에 안 된다. 롯데는 1999년 개장한 롯데백화점 일산점도 지난해 말 리뉴얼을 마쳤다. 경기도는 아니지만 연말께 김포시와 인접한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부지면적 19만4,700㎡의 롯데몰 김포스카이파크도 오픈 한다.
부천시와 고양시에 백화점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은 최근 성남 판교신도시를 경기남부 상권의 교두보로 선택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4월 판교신도시의 랜드마크인 알파돔시티 중심상업지역 1만7,000여㎡에 세워질 연면적 17만㎡ 규모의 복합쇼핑몰을 6,570억원에 선매수했다. 현대백화점은 롯데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막판에 뛰어들어 사업권을 따냈다.
대형 유통기업들은 과거 1기 신도시인 분당 일산 등에 앞다퉈 백화점을 세웠지만 최근 들어서는 쇼핑과 레저를 결합한 복합쇼핑몰을 잇달아 출점하고 있다. 신세계의 유니온 스퀘어나 알파돔시티 내 쇼핑몰 등은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테마파크, 문화공간 등을 갖춘 복합몰이다.
유통 대기업들의 경기도내 주도권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1,200만 명이 넘는 풍부한 인구, 성장가능성이 높은 시장성, 뛰어난 접근성, 여기에 땅값도 서울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큰 도내 신규 시장을 선점하려는 대형 유통기업들의 진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안 그래도 어려운데 대규모 복합시설들이 들어설 지역 소상권 붕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천시에 아울렛을 세우려는 롯데의 계획에 반발하고 있는 이천상인회 관계자는 "여주 아울렛이 생기면서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았는데 롯데까지 이천에 아울렛을 만들면 지역 소상인들은 정말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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