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서 세계 3위를 했다.”
한국탁구의 떠오르는 복식콤비 김민석(한국인삼공사)-정영식(이상 19ㆍ대우증권)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 세계선수권 3위를 차지한 것에 대한 탁구계의 반응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중국을 피했고 오더가 좋았던 게 사실이지만 열심히 훈련하지 않으면 운조차 따르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4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탁구콤비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김-정 조는 29일부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개막하는 2011 한국마사회컵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6종목 30개국 144명 출전, 총상금 1억3,000만원)에서 세계무대 첫 정상 도전에 나선다.
최강 콤비 유남규ㆍ김택수도 못 넘은 벽 넘겠다
역대 남자탁구 복식조 중 최강으로 ‘유남규-김택수 콤비’가 꼽힌다. 남자탁구 최고의 스타로 구성됐던 유-김 조는 화려한 공격을 뽐내며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유-김 조는 메이저대회인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등에서의 정상 등극 실패로 ‘비운의 복식조’가 됐다. 신예 김-정 조는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김민석은 “서로의 눈빛만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좋아졌다. 각자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역할 분담도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김민석이 ‘해결사’, 정영식이 ‘레이스 메이커’ 임무를 맡았다. 정영식은 “(김)민석이가 뚫는 역할을 하고 저는 미스 없이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이어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둘은 2010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굳어졌다. 김민석은 “처음에는 둘 다 공격적으로 하려다 보니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있었다.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믿음이 생기니 호흡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둘은 “2013년 세계선수권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정상에 도전할 것”이라고 다부진 의지를 드러냈다.
‘비장의 무기’로 ‘3등 멍에’ 벗겠다
김-정 조는 자신들만의 특징이 뚜렷하다. 다른 복식조는 서브 시에만 사인으로 코스와 공략법에 대해 사전 교감을 나눈다. 그러나 둘은 리시브 시에도 수신호를 사용한다. 정영식은 “리시브 때 수신호를 하면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이 좋아져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수신호가 익숙하지 않았던 김민석은 “처음에는 수신호에 없는 중지만을 올리는 바람에 욕이 돼버렸다. 점점 익숙해져 이제는 우리만의 무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탁구계에서 1위만 중시하는 풍토 탓에 둘에게 ‘세계 3위 타이틀’은 달갑지 않다. 정영식은 “3등을 2번 해보니까 3등이 좋지 않은 것 같다. 3등을 넘어 1위로 올라서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세계 정상 등극을 위해선 단점 극복이 최우선이다. 김민석은 “준비성 부족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걸 보완하고 범실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식은 “이철승 코치님이 추교성 코치님, 유승민 선배와 짝을 이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 이 코치님은 일명 ‘학권법’ 등으로 잔 플레이 구사 능력이 빼어나 세계를 제패했다. 저도 세밀한 플레이를 보완해 대를 잇겠다”고 자신했다.
김-정 조는 한국마사회컵 코리아오픈에서 2번 시드를 받아 오는 1일 첫 경기를 갖는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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