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아라뱃길(경인운하) 개통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관련 산업인 물류 및 관광업체 대다수가 "경제성이 없어 운하가 개통돼도 관련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간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2조원 이상 쏟아 부은 공사비는 물론 매년 추가될 유지비용까지 고스란히 적자로 쌓일 수밖에 없다. 자칫 경인 아라뱃길이 수천억원의 공사비만 들이고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공항의 전철을 밟을 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경인 아라뱃길 사업의 핵심은 김포와 인천을 관통하는 뱃길을 통해 물류 혁명과 관광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 하지만 한국일보가 28일 경인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물류ㆍ관광업체 5곳씩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9곳이 "운하의 경제성이 없어 개통 후에도 참여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물류업체 5곳은 모두 부정적 의사를 표했고, 관광업체 5곳 중 1곳 만 사업참여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10월 개통과 함께 컨테이너선 3척을 포함한 화물선 9척과 여객선 9척을 투입하는 한편, 향후 민간의 참여를 늘려 2013년에는 운하사업을 본 궤도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인천항에서 화물선으로 중장비를 운송하는 D업체 관계자는 "평택ㆍ당진항이 생긴 이후 인천항의 물량도 줄어드는 상황인데 굳이 경인운하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며 "초기에 사업참여를 검토했으나 이윤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중단했다"고 말했다. 중국을 왕래하는 2만톤급 카페리 운영업체 관계자 역시 "운하 규모가 작아 5,000톤급 카페리를 띄울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간 경인 아라뱃길은 경제성 평가를 둘러싸고도 숱한 논란을 겪어 왔다. 지난해 인천시가 각계 전문가 29명으로 구성한 경인아라뱃길재검증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989년 수자원공사의 첫 경제성 검토 이후 정부 주도의 분석 결과만도 8번이나 번복됐다. 사업의 경제성 여부를 따지는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은 조사 때마다 기준치(1) 이하인 0.8166에서 두 배 이상인 2.08까지 널뛰었다. 지난해 재검증위의 B/C 분석은 0.274에 불과해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임석민 한신대 국제경제학과(해운경영학) 교수는 "현재 운하의 상황을 보면 3,500억원의 공사비를 들이고도 이용객이 거의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양양국제공항 꼴이 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경인 아라뱃길
경기 김포와 인천을 잇는 운하를 만들어 홍수예방, 화물수송, 관광 등 다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국책사업. 1987년 굴포천 범람으로 논의가 시작돼 숱한 경제성ㆍ환경파괴 공방 끝에 2008년 12월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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