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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무대의 진실을 책으로 낸 두 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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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무대의 진실을 책으로 낸 두 노학자

입력
2011.06.2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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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 없고 아침이면 인근의 산을 오른다는 것만이 공통점은 아니다. 서울대 석좌교수 유민영(76),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송방송(70)씨는 학문의 길에는 중단이 없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그동안 쌓아온 앎의 분량에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축적물을 보탠다.

유씨는 <한국근대연극사 신론> (태학사 발행)을, 송씨는 <한국현대음악인사전> (보고사)을 냈다. 각각 두 권씩에다 모두 하드 커버다. 한 번 막 내리고 나면 객석의 환호와 함께 모든 것이 소멸되는 무대의 시간이 두 원로 학자에 의해 우리 모두의 콘텐츠로 거듭난 것이다. 섣부른 담론이 승하기 쉬운 시대, 이들은 발로 완성해 가는 학문의 실제를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어 미래에 닿는 이들의 방법론은 실증의 정신이다.

"10년 넘게 수집한 자료로 쓴 책이에요. 한국 연극사 범위가 이만큼 확대되기는 처음이죠." 유씨의 저작을 통해 우리 연극사는 1960년대의 북한 연극, 옌볜과 중앙 아시아 거주 조선족의 연극까지 끌어 안게 됐다. "1932년 소련에 정착 후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집단이주 당한 조선 연극인들은 땅굴을 파서까지 우리 연극을 했죠. 상상조차 못 하던 역사적 사실이 이번에 포함된 거에요." 유씨는 이를 1990년 소련 개방 당시 알마타 조선국립극장에 가서 알게 됐다. 북한서는 1978년 공식 연극사에 편입된 사실이다.

송씨에게는 1991년 <조선왕조음악기사 총색인> 을 낼 당시 5년에 걸쳐 완성한 카드 작업이 실질적 힘이었다. "이번에는 컴퓨터로 자료를 소팅 하니 1년 만에 끝났어요. 문명의 이기 덕을 톡톡히 본 거죠." 입력 작업만 8개월 걸린 원고는 일차 정리에 4개월, 다섯 차례 교정 보는 데 5개월이 걸렸다. 1년에 책 한 권, 논문 10편 내기를 원칙으로 삼아 온 덕이다. 두 사람을 관류하는 실증주의는 이 클릭의 시대, 사뭇 교훈적이다.

방대한 자료와 그에 대한 천착, 현장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작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씨는 <통일연극사> 와 <동랑 평전> 을 준비 중이다. 한국 연극인에 대한 최초의 평전인 <이해랑 평전> 을 이미 쓴 그는 현대 한국 연극의 기반을 닦은 이로서 동랑 유치진을 복원할 계획이다. 송씨는 올해 안에 <한국음악인대사전> 을 낼 예정이다. 고대 이후 현대까지, 세상을 뜬 음악 관련인 4,000여명에 대한 사전이다.

"당장 성과가 없다고 도외시하지만, 학문적 기초 작업에 공을 들여야 한다. 나는 그동안 투자한 것들을 지금 빼먹고 있다." 퇴임 후 더 바쁜 데 대한 송씨의 답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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