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 없고 아침이면 인근의 산을 오른다는 것만이 공통점은 아니다. 서울대 석좌교수 유민영(76),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송방송(70)씨는 학문의 길에는 중단이 없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그동안 쌓아온 앎의 분량에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축적물을 보탠다.
유씨는 <한국근대연극사 신론> (태학사 발행)을, 송씨는 <한국현대음악인사전> (보고사)을 냈다. 각각 두 권씩에다 모두 하드 커버다. 한 번 막 내리고 나면 객석의 환호와 함께 모든 것이 소멸되는 무대의 시간이 두 원로 학자에 의해 우리 모두의 콘텐츠로 거듭난 것이다. 섣부른 담론이 승하기 쉬운 시대, 이들은 발로 완성해 가는 학문의 실제를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어 미래에 닿는 이들의 방법론은 실증의 정신이다. 한국현대음악인사전> 한국근대연극사>
"10년 넘게 수집한 자료로 쓴 책이에요. 한국 연극사 범위가 이만큼 확대되기는 처음이죠." 유씨의 저작을 통해 우리 연극사는 1960년대의 북한 연극, 옌볜과 중앙 아시아 거주 조선족의 연극까지 끌어 안게 됐다. "1932년 소련에 정착 후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집단이주 당한 조선 연극인들은 땅굴을 파서까지 우리 연극을 했죠. 상상조차 못 하던 역사적 사실이 이번에 포함된 거에요." 유씨는 이를 1990년 소련 개방 당시 알마타 조선국립극장에 가서 알게 됐다. 북한서는 1978년 공식 연극사에 편입된 사실이다.
송씨에게는 1991년 <조선왕조음악기사 총색인> 을 낼 당시 5년에 걸쳐 완성한 카드 작업이 실질적 힘이었다. "이번에는 컴퓨터로 자료를 소팅 하니 1년 만에 끝났어요. 문명의 이기 덕을 톡톡히 본 거죠." 입력 작업만 8개월 걸린 원고는 일차 정리에 4개월, 다섯 차례 교정 보는 데 5개월이 걸렸다. 1년에 책 한 권, 논문 10편 내기를 원칙으로 삼아 온 덕이다. 두 사람을 관류하는 실증주의는 이 클릭의 시대, 사뭇 교훈적이다. 조선왕조음악기사>
방대한 자료와 그에 대한 천착, 현장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작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씨는 <통일연극사> 와 <동랑 평전> 을 준비 중이다. 한국 연극인에 대한 최초의 평전인 <이해랑 평전> 을 이미 쓴 그는 현대 한국 연극의 기반을 닦은 이로서 동랑 유치진을 복원할 계획이다. 송씨는 올해 안에 <한국음악인대사전> 을 낼 예정이다. 고대 이후 현대까지, 세상을 뜬 음악 관련인 4,000여명에 대한 사전이다. 한국음악인대사전> 이해랑> 동랑> 통일연극사>
"당장 성과가 없다고 도외시하지만, 학문적 기초 작업에 공을 들여야 한다. 나는 그동안 투자한 것들을 지금 빼먹고 있다." 퇴임 후 더 바쁜 데 대한 송씨의 답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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