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8일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학원업계의 반발로 2년6개월간 표류하던 학원법이 빛을 보게 됐다. 이달말 국회 본회의 의결이 남았지만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여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부모가 학원에 내는 일체의 경비는 학원비로 분류되고, 학원비 정보는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그 동안 학원들은 정부의 규제를 받는 수강료 대신 보충수업비, 자율학습비, 교재비, 논술지도비, 모의고사비, 첨삭지도비 등 각종 추가 경비를 편법 징수하는 방식으로 학원비를 올려 왔다. 그러나 앞으로 이 같은 편법은 제재를 받게 되며 학원은 교육청에 신고한 학원비를 초과해 받을 수 없게 된다.
복잡한 대입 전형 때문에 최근 번성하고 있는 고액 입시컨설팅과 사실상 과외 교습을 하는 인터넷 강의도 학원으로 분류돼 관련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입시컨설팅 업체들은 입시 상담과 원서 작성을 도와 주며 수백만원을 받아 신종 고액 사교육의 주범으로 지목 받았다. 또 법령상 '평생교육시설'로 분류돼 수강료를 자유롭게 책정했던 인터넷강의도 앞으로는 수강료 규제 대상이 된다. 또 외국인 강사를 채용하는 학원장은 범죄경력 조회서, 건강진단서, 학력 증명서 등을 반드시 제출 받도록 해 외국인 강사의 검증 절차가 강화된다.
학원비의 투명성도 높아진다. 앞으로 학원들은 의무적으로 학원비 영수증을 발급해야 하고, 수강자가 요구할 경우엔 학원비의 구체적인 내역을 서면으로 고지해야 한다.
불법 교습행위에 대한 과태료 상한선은 현행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라가며 '학파라치'로 알려진 학원 불법교습 신고포상금제도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학파라치' 제도는 학원법 개정 논의가 시작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교육과학기술부에 아이디어를 내 법제화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 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학원비 편법 인상과 불법 교습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은 시민의 자발적 신고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교과부 관계자가 전했다. 학파라치 제도는 그 동안 시도교육청 고시로 실시돼 왔다.
학원법 개정은 2008년 12월 처음 논의돼 올해 3월 상임위인 교육과학기술위를 통과했으나 학원업계의 반발과 로비로 법사위 심의가 계속 미뤄지다 학부모 단체들이 개정안 반대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까지 거론하며 압박하자 결국 빛을 보게 됐다.
학원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자 교육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 시장의 불투명한 운영과 음성적 학원비 등으로 인해 불어나는 사교육비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한국학원총연합회는 "학원들이 학원법 전체를 반대하는 입장이 아닌데도 법안 모두를 반대하는 것처럼 여겨진 것은 아쉽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사위는 교원의 승진경로를 둘로 나눠 수업 잘하는 교사는 교장 대신 수석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수석교사제 도입법도 통과시켰다. 수석교사제는 1982년 처음 거론된 이후 30년 동안 논의된 교육계의 난제였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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