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요즘 악재에 둘러 싸여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는 좀체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 등 신흥국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도 강세를 지속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올해 초 각 연구기관마다 '수출이 갈수록 둔화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비웃듯 올 들어 수출은 고공행진 중이다. 30%에 육박하는 꾸준한 증가율을 보이고, 하루 평균 수출액은 매월 사상 최대치 기록을 세우고 있다.
28일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75억8,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2.4% 증가했다. 겉으로는 전달(486억달러) 보다 감소한 것이지만, 어린이날 등 휴일이 5월에 몰려 조업일수가 적었던 것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지난달 일 평균 수출액(21억8,000만달러)은 전달(20억7,000만달러)보다 훨씬 많았다. 이에 따라 올들어 5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2,271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나 증가했다. 이런 수출 증가와 1년만의 서비스수지 흑자 전환 등에 힘입어 5월 경상수지는 22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5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6월에도 수출 호조세는 지속될 전망. 한은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치를 볼 때 6월에도 수출은 5월 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갖은 악재 속에서도 이런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 상당수는 일시적 요인이 적지 않다고 분석한다. 우선 변동성이 심한 선박 수출(5월까지 54% 증가)이 상반기 수출을 주도했다는 점을 꼽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밀려 있던 선박 인도 시점이 상반기에 몰리면서 전체 수출 증가를 주도한 측면이 있다"며 "선박 수출의 경우 등락이 크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석유 및 화학제품의 단가 상승도 상반기 수출 호조를 주도한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회사나 부품 업체가 지진 때문에 차질을 빚는 동안 한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급격히 점유율을 높인 것도 수출 호조세를 주도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런 일시적 요인들이 사라지면 하반기에는 수출 둔화세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한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선박 효과를 배제하고 보면 올 들어 수출이 정체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하반기에 일본기업들이 생산을 재개하고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어려워진다면 우리 수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 호황이 단지 일시적 요인에 기댄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제는 가격경쟁력이 아니라 품질도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10~20% 절상한 정도로는 수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들이 수출 품목과 대상 국가의 다변화에 성공한 것도 글로벌 경제 둔화의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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