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은 재벌그룹이나 금융지주 등의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없는 대표적인 전업 증권사다. 증권업에 일로매진해 온 회사가 중앙부산저축 패키지(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3개월간 진행되는 본계약 협상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일단 KB금융과 신한금융 등 유력 후보들을 제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콧대가 바짝 섰다.
친족(親族)경영 기업
대신증권은 10대 대형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가족경영을 펼치고 있다. 초기자본이 많이 드는 금융업 특성상 잘 나가는 증권사 대부분이 대기업(삼성ㆍHMCㆍ하이증권 등)이나 금융지주(우리ㆍ대우ㆍ하나대투증권 등)의 후방 지원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기업을 움직이는 실세들이 창업자의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와 사위라는 점도 독특하다. 이어룡(58) 회장은 1975년 대신증권을 창업한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의 둘째 며느리로, 전업주부에서 갑자기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2004년 남편인 양회문 전 회장이 폐암으로 별세하자 회장 자리를 이어받은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초부터 남편 사후에 대비해 집중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노정남(59) 사장은 양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로, 2005년부터 대신증권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1987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런던사무소장, 지점장, 국제본부장을 거치는 등 일찌감치 중책을 맡아 왔다. 올해 상반기엔 업계에서 가장 싼 은행연계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0.011%) 서비스를 내놓아 시장점유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눈여겨볼 점은 오너3세인 양홍석(30) 부사장의 행보. 양 부사장은 양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 회장의 장남으로, 4년 전 불과 27세의 나이로 전무이사에 올랐다. 2005년 7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을 앞두고 대신증권 평사원으로 입사한데다, 아버지 고 양회문 회장도 공채 1기로 입사해 임원승진까지 10년 넘게 걸린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다.
업계에선 이 배경에 불행한 가족사가 자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04년 양회문 회장에 이어 2007년 초 양 부사장의 동생인 양홍준씨가 모로코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양 명예회장이 생전에 후계 구도를 빨리 정리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양 부사장을 중심으로 친족경영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 인수, 위기 탈출될까
대신증권 임직원들은 저축은행 인수가 시너지 효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회사 측은 "저축은행이 자회사가 되면 전국에 영업망을 둔 증권과 지역에 기반을 둔 저축은행 상품의 교차판매 등 연계사업 발굴에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주식담보대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신증권이 생존전략 차원에서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은 국내외 경기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한데다 위탁매매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시대도 이미 지나갔다"며 "대신증권은 특히나 수익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신증권은 2000년대 초만해도 브로커리지(주식매매중계 수수료)시장에서 업계 1, 2위를 다툴 만큼 강자였다. 하지만 증권사의 수익사업이 단순 주식매매에서 자문형랩과 투자은행(IB) 부문 등으로 다양화하는 동안 대신증권은 시장 개척에 소홀했다. 그 결과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2008년 4.0%에서 2010년 3.8%로 떨어져 5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033억원에서 844억원으로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도 "대신증권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 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인수가격이 너무 높거나 저축은행의 잠재부실이 예상보다 클 경우, 대신증권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자였던 KB금융이나 신한금융은 저축은행 부실이 상당해 보수적 금액을 적어냈다고 하는데, 대신증권이 무리한 금액을 써냈다면 오히려 재정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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