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깡다구 하나 믿고 좌충우돌해 시청자들을 가슴 졸이게 했던 ‘명랑소녀’가 이제는 성공을 위해 외모도 요령껏 이용할 줄 아는 철든 ‘동안미녀’가 돼 돌아왔다. “그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어요. 그냥 감으로 연기했으니까요.” 장나라(30)가 데뷔한 지 올해로 10년이다. ‘소녀’가 ‘미녀’가 됐듯이 그 역시 그 동안 성숙했다.
“‘명랑소녀’는 그냥 저의 본성에 가까웠어요. (웃음) 저를 그대로 보여드린 거죠. 하지만 지금은 대사를 읽으며 캐릭터가 가져야 할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려고 해요. 감정의 과잉인지 아닌지 조심하죠. 슬픈 장면에서 너무 슬프게 하거나 아니면 그렇지 못할까 봐요.”
KBS 드라마 ‘동안미녀’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얼굴을 내민 장나라와 28일 전화로 만났다. 일찌감치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7월 5일 종영을 앞두고 촬영 일정이 밀려 도저히 짬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철든 그녀는 아쉬움부터 드러냈다. “제가 맡은 이소영 역을 생각했던 대로 표현해내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드라마가 벌써 끝나네요. 정말 아쉬워요.”
‘동안미녀’는 평균 시청률 14%로 월화 드라마 중 1위를 지키고 있다. 장나라는 캐릭터의 힘이 크다고 했다. “이소영은 서른 네 살에 고졸 학력 등 핸디캡이 많잖아요. 그런 상황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고, 그럼에도 용기를 잃지 않은 모습에 응원을 해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동안미녀’는 방송 초반 시청률이 저조하리란 우려가 많았다. 장나라가 요즘 아이돌 저리 가라 하는 인기를 누렸다지만 6년간 국내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은데다, 같은 시기에 MBC ‘최고의 사랑’ 등 비슷한 로맨틱 코미디가 쏟아진 것도 부담이었다.
“5월 2일에 드라마 첫 회를 사람들이랑 다 같이 보는 데, 시연회가 끝나고 나서 울음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첫 방송 전에 많이 찍어놓았는데 (제가) 잘 못해서 같이 고생한 사람들 민망할까 봐 초조하기도 했고.” 장나라는 당시의 긴장감이 되살아나는지 한동안 말을 쉬었다. 다행히 드라마가 호평 받으며 2회 연장 방송으로 이어졌다. 상대역인 최다니엘(25)이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했다. 그는 “최다니엘이 저보다 훨씬 어린데도 오히려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같이 대본 분석하고 연구하고 조언도 해주고, 정말 연기에 대한 시야가 넓은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드라마 제목처럼 10년간 변함없는 장나라의 동안도 다시 화제가 됐다. 그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며 크게 웃었다. “정말 오해하시면 안 되는데. 그냥 잠이 많아요. 하지만 아마 비밀은 저희 카메라 감독님과 조명팀이 제 뽀얀 피부를 위해 엄청 신경을 써 주신다는 거겠죠(웃음).”
장나라는 그동안 주로 중국에서 활동하며 드라마 ‘띠아오만 챠오위이’(어여쁜 개구쟁이 의사선생)와‘철면가녀’ 등에 출연했다. 국내 활동을 희생하고 쏟은 노력 덕에 이제는 중국에서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을 중국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하지만 국내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며 시청자들을 계속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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