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직원들의 대외 활동을 엄격히 규제하는 사규 개정을 추진해 내부 반발이 거세다. 사측은 지난 22일 사규에 ‘직원의 대외발표활동에 관한 규칙’ 조항을 신설해 내달 1일부터 실시한다는 방침을 노조에 전했다. 새 사규에 따르면 대외발표활동을 요청받은 경우 사전에 소속 부서장과 인사업무 담당국장에게 내용과 발표활동의 성격을 보고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모호한 규정도 포함돼 있다.
MBC 노조는 28일 노보에서 “언론의 존립근거인 양심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막고 나선 격이며, 대놓고 직원들의 입에 재갈을 채우려는 MBC판 긴급조치법”이라고 비판했다. 강지웅 노조 사무처장은 “언론사에서 사기업보다 못한 언론탄압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다. 경영진이 무리수로 회사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의 ‘입 단속’ 조치는 최근 MBC 기자 PD들이 언론노조 주최 토론회 등에 참석해 제작자율성을 침해한 경영진을 비판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MBC는 지난 3일 PD연합회 행사에 참석한 PD 3명에게 경위서를 받기도 했다. 미디어전문지 보도를 통해 이 행사에서 “김인규 KBS 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 중 누가 더 바보 같은가” 같은 질문이 오간 것을 안 김재철 사장이 몹시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또 외부 출연자들의 표현의 자유 침해가 우려되는 ‘고정출연제한 심의’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다. 고정 출연자들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어느 한 편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방송뿐 아니라 트위터나 블로그에 의견을 올리거나 집회에 참석하는 행위 모두 출연정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사측은 “직원이나 출연자들이 외부 활동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반드시 노조 또는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며 외부 출연자의 행동을 제약할 근거가 미약해 사규를 재개정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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