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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투병 최성일씨 필생의 서평서 단권으로 재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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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투병 최성일씨 필생의 서평서 단권으로 재출간

입력
2011.06.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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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인천의 한 병원에서 투병중인 출판평론가 최성일(44)씨를 보며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떠올린 것은 그가 쓴 책이었다. 13년간의 독서 이력을 고스란히 담은 5권짜리 사상가 서평서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이 책을 내기 위해 이 친구가 세상에 나왔구나. 이 친구가 이룬 것을 묻히게 해서는 안되겠구나."

최근 800페이지 분량의 단권으로 재편집돼 다시 나온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발행)에 저자의 서문이 없는 것이 이런 까닭에서다. 편집자 머리말에는 "그가 완쾌되어 이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빈다"고 적혀 있다.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저자 최성일씨는 1997년 출판저널 기자로 출판계에 입문했고 도서신문 등에 잠깐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프리랜서 서평가로 활동하며 여러 지면에 다양한 분야의 책과 책 읽기에 대한 글을 써 왔다. 특히 국내 번역된 사상가들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으며 2004년부터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을 펴내 지난해 8월에 마지막 5권을 냈다. 5권 서문에서 그는 "12년 5개월 29일 만에 이룬 쾌거다"고 자축했다. 그가 다룬 사상가는 무려 208명.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노암 촘스키, 리처드 도킨스, 간디, 루쉰 등 동서양의 주요 사상가를 넘나들며 그들의 저서 속에서 사상의 정수를 꼼꼼하게 짚어냈다. 한국인으로는 리영희, 김민기, 김산, 우석훈 등 10명이 포함됐다.

5권 서문에서 "사상가 리뷰는 계속된다"고 적었지만, 그는 2004년 수술했던 뇌종양이 지난해 가을 재발해 기억을 잃어갔다. 지금은 다른 병까지 겹쳐 중환자실에 있고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은 인문주의자를 자처한 한 서평가가 책과 함께 한 일생의 여정을 담고 있는 셈이다. 단권으로 묶인 새 책에는 기존 208명의 사상가에 10명이 더 추가돼 모두 218명이 등장한다. 책은 가라타니 고진을 시작으로 가나다 순으로 배치해 사전형으로 만들어졌다. 부제가 '우리 시대 지성인 218인의 생각 사전'이다.

사전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상가들을 단순하게 요약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사상가들을 저자 개인의 독서 경험담으로 풀어내 읽는 맛을 주면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각도에서 조명해 술술 읽히게 한다. 각 사상가들의 책이 국내에 어떻게 번역 소개됐는지도 세심하게 짚어 해외 사상가가 국내에 수용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살필 수 있다. 책을 출간한 한기호 소장은 "최씨가 여러 책을 냈지만,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은 그의 필생의 작업이었다"며 "우리 시대 사상가들에 대한 훌륭한 지도이자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출판사측은 책의 판매수익금 모두를 저자 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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