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인천의 한 병원에서 투병중인 출판평론가 최성일(44)씨를 보며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떠올린 것은 그가 쓴 책이었다. 13년간의 독서 이력을 고스란히 담은 5권짜리 사상가 서평서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이 책을 내기 위해 이 친구가 세상에 나왔구나. 이 친구가 이룬 것을 묻히게 해서는 안되겠구나." 책으로>
최근 800페이지 분량의 단권으로 재편집돼 다시 나온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발행)에 저자의 서문이 없는 것이 이런 까닭에서다. 편집자 머리말에는 "그가 완쾌되어 이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빈다"고 적혀 있다. 책으로>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저자 최성일씨는 1997년 출판저널 기자로 출판계에 입문했고 도서신문 등에 잠깐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프리랜서 서평가로 활동하며 여러 지면에 다양한 분야의 책과 책 읽기에 대한 글을 써 왔다. 특히 국내 번역된 사상가들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으며 2004년부터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을 펴내 지난해 8월에 마지막 5권을 냈다. 5권 서문에서 그는 "12년 5개월 29일 만에 이룬 쾌거다"고 자축했다. 그가 다룬 사상가는 무려 208명.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노암 촘스키, 리처드 도킨스, 간디, 루쉰 등 동서양의 주요 사상가를 넘나들며 그들의 저서 속에서 사상의 정수를 꼼꼼하게 짚어냈다. 한국인으로는 리영희, 김민기, 김산, 우석훈 등 10명이 포함됐다. 책으로>
5권 서문에서 "사상가 리뷰는 계속된다"고 적었지만, 그는 2004년 수술했던 뇌종양이 지난해 가을 재발해 기억을 잃어갔다. 지금은 다른 병까지 겹쳐 중환자실에 있고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은 인문주의자를 자처한 한 서평가가 책과 함께 한 일생의 여정을 담고 있는 셈이다. 단권으로 묶인 새 책에는 기존 208명의 사상가에 10명이 더 추가돼 모두 218명이 등장한다. 책은 가라타니 고진을 시작으로 가나다 순으로 배치해 사전형으로 만들어졌다. 부제가 '우리 시대 지성인 218인의 생각 사전'이다. 책으로>
사전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상가들을 단순하게 요약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사상가들을 저자 개인의 독서 경험담으로 풀어내 읽는 맛을 주면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각도에서 조명해 술술 읽히게 한다. 각 사상가들의 책이 국내에 어떻게 번역 소개됐는지도 세심하게 짚어 해외 사상가가 국내에 수용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살필 수 있다. 책을 출간한 한기호 소장은 "최씨가 여러 책을 냈지만,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은 그의 필생의 작업이었다"며 "우리 시대 사상가들에 대한 훌륭한 지도이자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출판사측은 책의 판매수익금 모두를 저자 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책으로>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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