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MBC 라디오 '최명길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에 대한 명백한 사과가 선행되지 않아도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진행에 따라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6자 회담은 비핵화 회담이고, 천안함 문제는 남북 간 맥락에서 이뤄지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남북 비핵화 회담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이 (회담에) 응하면 바로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관계 당국과 협의를 마치고 돌아온 이 당국자는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와 비핵화 문제를 바로 섞어 다루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천안함ㆍ연평도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다른 계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은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와 비핵화 논의를 분리시켜 비핵화 이슈는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이슈는 남북 군사회담 채널 등에서 다룰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물론 정부는 아직까지 천안함 사태 등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인 남북 대화를 진행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분리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 강경 정책을 다소 유연하게 변화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당국자는 '남북 비핵화 회담→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의 변형 여부에 대해서도 "기존의 접근 틀 내에서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전략적인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도 열어 놨다. 그러나 그는 "6자회담 재개 과정에서 천안함ㆍ연평도 문제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결코 무관한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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