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00억원대 영화에 출연한다. 한 편도 아니라 두 편이다. 그런데 두 영화가 한날 개봉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 '의형제'와 '헬로우 고스트' 등을 통해 잘 나가는 조연배우로 입지를 다진 고창석의 요즘 처지다.
고창석은 최근 출연한 영화 '고지전'과 '퀵'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7월 21일 나란히 개봉한다. 둘 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중대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고지전'은 순제작비만 110억원. 마케팅비 등을 포함하면 총 제작비 130억원을 웃돌 대작이다. '퀵'의 외형도 만만치 않다. 순제작비가 80억원, 총 제작비는 100억원대다. 테러집단의 음모 때문에 오토바이를 멈추면 폭탄이 터지게 되는 운명에 처한 퀵서비스 기사의 모험을 그려낸다.
충무로에서 제작비 100억원대의 블록버스터가 한날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7월21일이 올 여름 흥행대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의 라이벌 투자배급사들끼리 대결이라 더욱 흥미롭다. '고지전'은 쇼박스, '퀵'은 CJ E&M 영화부문이 각각 투자 배급한다.
아무리 조연이라지만 '양다리'를 걸친 고창석의 입장은 난처하다. '고지전'과 '퀵'의 촬영 일정이 겹치지 않았기에 캐스팅 당시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추석 연휴 개봉을 저울질하던 '퀵'이 여름으로 일정을 앞당기면서 고창석은 출연작들간 맞대결을 지켜봐야 하는 '비극'을 맞게 됐다. 그는 '고지전'에서 입심 좋은 상사를, '퀵'에선 테러집단을 추적하는 형사를 연기한다.
고창석은 영화 홍보를 위한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당분간 사절할 방침이다. 두 영화 모두를 위해 뛰기엔 몸이 모자라고, 한 영화만 편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본의 아니게 난처한 입장이 됐다. 두 영화를 위해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미스터 아이돌'의 촬영을 마친 고창석은 고현정 주연의 '미스 고 프로젝트'와 '시체가 돌아왔다'를 촬영 중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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