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TV의 우수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LG전자는 지난 26일 쾌재를 불렀다. 미국의 제품평가기관인 컨슈머리포트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샤프 도시바 비지오 등 6개사의 3D TV 평가에서 LG전자에게 최고점수(76점)를 줬기 때문. LG전자는 "이것으로 3D TV 논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반면, 낮은 점수(57점)을 받은 삼성전자는 "컨슈머리포트 측에 문의해볼 계획"이라는 짧은 코멘트만 냈다.
도대체 컨슈머리포트가 뭐길래, 이곳이 주는 평점과 평가 한마디에 세계적 기업들이 울고 웃는 것 일까.
컨슈머리포트의 위력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불장군으로 유명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 조차 컨슈머리포트에 대해선 자세를 낮춰야 했다.
작년 7월,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던 스티브 잡스는 갑자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본사로 돌아와야 했다. 야심 차게 내놓은 아이폰 4에 대해 컨슈머리포트가 "안테나 수신 불량으로 (소비자에게 이 상품을) 추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출시 초부터 '특정 방식으로 쥐면 아이폰4의 수신 강도가 떨어진다'는 수많은 인터넷 매체와 블로그의 비판 속에서도 꿈쩍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컨슈머리포트의 한 마디에 결국 '케이스 무상지급'이란 궁여지책은 내놓아야 했다.
세계 제1의 자동차메이커 도요타 왕국을 무너뜨린 것도 컨슈머리포트였다. 지난해 초 컨슈머리포트는 도요타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렉서스 GX460가 고속 주행시 전복 위험이 있다는 진단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구입하지 말라"고 권고를 내보냈다. 이에 도요타는 미국 내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대규모 리콜에 들어갔고, 결국 창사 이래 가장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월간지로, 75년 역사에 유료 구독자만 720만명(오프라인 390만명, 온라인 330만명)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 구독자의 무려 3배 규모다. 1997년에 인터넷 사이트(www.ConsumerReports.org)를 시작했으며 연간 구독료는 26달러이다. 창간 초기에는 시리얼 위장약 등 값싼 제품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토대로 관련정보를 제공했지만, 공신력을 인정 받으면서 평가제품 수도 확대했다.
이 잡지는 매달 가전제품에서부터 PC, 자동차 등 일정 품목을 선정해 업체별 성능과 가격 등 우열을 비교해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100여명의 테스트 전문가와 25명의 조사요원, 신분을 숨긴 채 매장을 방문해 평가하는 150여명의 미스터리 쇼퍼가 활동하며 이들의 평가를 토대로 종합점수를 매긴다.
업체들이 좋든 싫든 컨슈머리포트의 평가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공신력. 이는 철저한 재정독립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광고 없이 회비와 기부, 잡지판매수입으로 운영되는 이 잡지는 1년 실험 예산만도 2,100만달러(약 260억원)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트용 제품도 직접 비용을 내고 구입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잡지에 대해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신뢰가 컨슈머리포트의 경쟁력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 일각에선 컨슈머리포트에 대해 '독선적이다' '제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어떤 평가도 완벽할 수는 없고 다 양면성이 있다"면서 "아무리 공신력 있는 컨슈머리포트의 평가라도 소비자들에게 절대선(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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