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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시기의 재판' 막 올라…서슬 퍼런 단죄까지는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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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시기의 재판' 막 올라…서슬 퍼런 단죄까지는 '산 넘어 산'

입력
2011.06.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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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악의 민간인 학살 중 하나인 캄보디아 '킬링필드'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시작됐다.

외신들은 27일 "유엔 국제전범재판소 주관으로 1975~79년 집권 당시 170만명의 자국민 학살을 주도한 크메르루주 정권 핵심인사 4명의 재판이 프놈펜 특별법정에서 개시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피고들은 크메르루주 최고지도자 폴 포트에 이은 2인자이자 마오이즘 이론가로 불렸던 누온 체아(85), 당시 주석 키우 삼판(80), 외교장관 렝 사리(85), 사회장관 렝 티리스(79ㆍ여) 등 4인방이다. 지난해 9월 이들을 정식 기소한 캄보디아 전범재판소(ECCC)는 집단학살, 반인륜 범죄, 전쟁 범죄, 종교 박해, 고문ㆍ살해 등 국가가 저지를 수 있는 모든 범죄 혐의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아래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수갑을 차지 않은 채 변호인석 뒤에 나란히 앉아 재판부의 말을 경청했다. AFP통신은 "재판은 나흘 이상 진행되며 피고인들의 혐의를 고지하고 전문가 및 증인 명단을 확보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피고인들의 증언은 빨라야 8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판은 79년 크메르루주 정권이 권력을 빼앗긴 이후 학살 주도자에 대한 첫 심판이라는 점에서 '세기의 재판'으로 꼽힌다. 물론 전범재판소는 지난해 7월 19년 동안 악명 높은 투올 슬랭(S-21) 교도소장을 지내며 1만5,000명 이상을 처형한 카잉 구엑 에아브(68)에 징역 35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4인방은 권력의 정점에서 정책 입안과 실행을 담당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크메르루주의 실체를 드러낼 기회로 평가된다.

그러나 재판 전망은 밝지 않다. 먼저 이들이 하나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96년 캄보디아 정권에 투항한 렝 사리는 "나는 정책결정 권한을 가진 비밀보안위원회 멤버가 아니었다"며 "나를 처벌하면 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피고인들이 대부분 고령에다 증언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98년 단죄 없이 사망한 폴 포트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막대한 예산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2006년 문을 연 전범재판소에는 올해 말까지 약 1억5,000만달러(약 1,6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재판이 장기화할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예산을 감당치 못해 전범재판소 무용론이 확산될 수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과거사 청산에 미온적인 캄보디아 정부의 태도다. 특히 훈센 총리는 기회가 날 때마다 "구덩이를 파고 과거를 묻어야 한다"며 전범 재판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겉으로는 국론 분열과 내전 가능성을 재판 반대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 자신도 크메르루주 정권에 군지휘관으로 부역한 전력이 있는 탓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킬링필드 희생자 가운데는 베트남전에서 미군 폭격에 의해 숨진 이들도 존재하는 등 책임규명이 복잡하다"며 "혐의 입증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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