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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단바망간기념관 재개관 이끈 황의중씨/ "역사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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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단바망간기념관 재개관 이끈 황의중씨/ "역사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는 것"

입력
2011.06.2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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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京都) 북부에 '단바(丹波)'라는 지역이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수많은 한국인들은 단바의 광산으로 끌려가 망간을 손으로 캤다. 300kg이 넘는 망간을 짊어지고 갱도 안을 포복한 날이 허다했다. 이런 단바망간을 잊어선 안 된다는 의미에서 재일동포 1세 고 이정호씨가 1989년에 사재를 털어 지은 게 단바망간기념관이다. 만성 적자에 시달려 2009년 5월 문을 닫았으나, 26일 2년 만에 재개관했다. 산파 역은 단바망간기념관 재건 한국추진위원회 황의중(57) 실행위원장이다.

그는 30년 째 고교(성동글로벌경영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낮엔 수업을 하고 짬이 날 때마다 재일동포의 역사를 알리는 시민단체 지구촌동포연대에서 일한다. "5년 동안 일본에서 파견 근무를 할때 재일동포들에게 우리말과 역사를 가르쳤어요. 재일동포들의 역사에 눈을 뜨게 된 계기였지요."

그는 우연히 기념관의 폐관 소식을 듣고 재개관에 팔을 걷어 붙였다. 한 달에 5,000원 씩 내는 1,000명의 후원자를 모아 1년 간 기념관 운영비를 대겠다고 나선 것이 지난 1월이었다. 하지만 수월하진 않았다. 취지엔 공감하던 사람들도 정작 지갑을 여는 일은 꺼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 발품 팔아 만났다. 술도 샀다. 후원자 1,000명을 다 모으고 4월에 다시 문을 열겠다는 처음의 계획은 계속 미뤄져 어느새 6월이 됐다. "3월이 다 가는데 1,000명은커녕 370여명밖에 모이지 않았어요. 주위에선 집 팔라는 소리도 하더군요." 그러던 중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 황 위원장의 학교 제자들이 인터넷에 단바망간기념관의 딱한 처지를 알리는 글을 올린게 주효했다. 글들은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가 후원자들이 하루 만에 100명씩 늘었다. 고액후원자 소수가 아니라 소액후원자를 여러 명 모아 기념관을 후원하겠다는 황 위원장의 초심이 지켜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23일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1,000명의 벽을 넘었다. 지금은 운영비 마련을 위해 2차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그는 일본 정부와 우리 정부가 함께 단바망간기념관을 지원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기념관이 두 나라의 생생한 역사인 탓이다.

일본에 체류중인 황 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역사는 교과서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제자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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