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박세리' 청야니(22)가 무주공산이던 '골프 여제'의 자리에 등극하며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 젖혔다.
청야니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로커스트힐 골프장(파72ㆍ6,506야드)에서 열린 올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에 보기 2개를 곁들여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친 청야니는 2위 모건 프레셀(미국ㆍ9언더파 279타)을 무려 10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청야니는 LPGA 투어에서 거둔 8승 중 4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챙기면서 박세리(당시 24세)를 제치고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 4승을 올린 선수로 기록됐다. 우승 상금은 37만5,000달러.
▲5세에 골프 입문, 될 성 부른 떡잎
대만의 타이페이에서 태어난 청야니는 아마추어 골퍼인 아버지와 캐디인 어머니 사이에서 5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학교 입학 후에는 집 근처 골프장에서 전문적인 레슨을 받으며 하루 5시간 이상씩 골프채를 휘둘렀다. 박세리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은 청야니는 대만에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아마추어 랭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아시아퍼시픽 주니어선수권에서 연속 우승했다. 청야니는 2003년 캘러웨이주니어선수권 우승을 시작으로 미국으로 눈을 돌린 뒤 이듬해 미국여자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선수권, 2005년 노스앤사우스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다. 2007년 1월 프로를 선언한 청야니는 그 해 12월 열린 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6위에 오르며 풀시드를 확보, '꿈의 무대'에 입성했다.
▲안니카 소렌스탐과의 인연과 중국 귀화 제의 거절
청야니가 대중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04년 US여자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대회에서 미셸 위를 꺾고 1등을 하면서부터. 더욱이 2008년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뒤 우상이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소렌스탐은 "청야니가 내 뒤를 이을 것이다"라며 자신이 살던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의 집을 매각한 뒤 건너편으로 이사, 지금도 자주 만나면서 심리적인 조언을 해주는 등 청야니의 멘토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 해 9월 한 외신은 당시 세계랭킹 4위였던 청야니가 2,500만달러(당시 약 290억원)를 제시하며 귀화를 회유한 중국측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스폰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5년간 계약금 2,500만 달러에 전용기, 그리고 베이징에 있는 호화빌라까지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자에 버금가는 파워와 큰 대회에 강한 승부사
청야니의 가장 큰 무기는 강력한 파워다. 키는 1m68로 크지 않지만 스윙을 하는 것을 보면 남자선수와 흡사하다. 회전 스윙을 중시하는 여자선수와 달리 강한 임팩트와 폴로 스루에 집중한다. 특히 임팩트 때 배를 앞으로 미는 스윙이 돋보인다. 페어웨이에서 샷을 한 후 날아가는 디봇의 양이 다른 여자선수들에 비해 거의 2배에 이른다. 하체가 탄탄하고 몸이 유연한 것도 장타의 비결이다.
청야니의 주무기는 드라이버다. 비거리가 271.3야드로 LPGA 투어에서 5위를 달리고 있다. 대회 코스 전장이 계속 길어지고 있는 LPGA 투어에서 청야니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청야니는 장타의 비결에 대해 "어릴 적 코치가 방향에 관계 없이 있는 힘껏 때려라"는 주문이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했다.
청야니는 데뷔 때부터 '대만의 박세리'로 불릴 정도로 플레이 스타일도 호쾌하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두둑한 배짱을 발휘하는 청야니는 스윙이 호쾌한 것은 물론 목소리도 굵고 성격도 털털해 '선머슴' 같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역대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보인다
청야니는 다음 달 7일 개막하는 US오픈에서도 우승하면 4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한다. 카리 웹(호주)이 2001년 27세의 나이로 작성했던 LPGA 투어 역대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기록도 훌쩍 뛰어넘게 된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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