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달 서울 방배동의 4층짜리 지점 건물을 110억원에 매각했다. 또 연체 여신을 액면 가격보다 낮게 신용정보회사에 처분한데 이어, 이달 말까지 계열사인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1,000억원 가량에 매각키로 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적자 구조를 해소하는 한편, 6월 결산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가 6월말 정기 회계결산을 앞두고 경영지표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초 8개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시작된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잦아들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경영실적이 저조할 경우 하반기 구조조정 우선 순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자산 매각 ▦연체율 축소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달 '뱅크런(대량예금인출)'사태를 겪은 제일저축은행은 계열사인 제일2저축은행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2저축은행은 올해 3월 말 현재 자산이 1조1,731억원에 달하는 중대형 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없다"면서도 "매각이 이뤄질 경우 BIS 자기자본비율은 꽤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저축은 이에 앞서 13일에 교보생명 주식 3만3709주를 82억9200만원에 처분하는 한편, 무수익여신(NPL) 매각과 연체 대출 회수를 직원들에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달 초 '뱅크런'으로 1,500억원 가량이 빠져나간 프라임저축은행의 경우는 모회사인 프라임그룹 차원에서 정상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룹의 상징인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건물 매각까지 추진 중인데, 매각이 성사되면 대금의 상당 부분을 저축은행 증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프라임저축은행은 이와 별도로 뱅크런 과정에서 빠져나간 유동성을 보충하기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인 6% 금리의 특판예금을 내놓은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27일 현재 100억원대의 예금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7억원에 불과했던 한국저축은행도 시중은행과 카드업계에서 120억원 가량에 사들인 뒤 정상화에 성공한 부실여신의 대부분을 지난 8일 280억원에 되팔았다.
이렇듯 경영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호락하지 않다. 이날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확정된 공동검사 대상 24개 저축은행 중 아직 검사에 착수하지 못한 17곳에 대한 공동검사가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올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검사결과에 따라 몇몇 저축은행들이 퇴출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달 1일부터 저축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해야 되는 예금보험료율도 기존 0.35%에서 0.40%로 인상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대한 금융 소비자의 불신과 예금보험료율 인상 등 상황이 좋지 않다"며 "대부분 저축은행이 팔 것은 팔고, 연체율을 줄이는 등 생존전략 실행에 몰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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