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소년이 처음 접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꿈만 같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난 뒤 성인으로 성장한 그는 “EPL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며 세계축구 최고의 무대인 EPL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축구를 이끌 차세대 스트라이커 지동원(20ㆍ전남)의 이야기다. 2007년 여름 잉글랜드 레딩FC에서 유학했던 지동원은 4년 만에 EPL 입성의 꿈을 이뤄냈다. 잉글랜드와 독일, 네덜란드 리그에서의 동시 다발적 러브콜로 ‘영입 전쟁’이 벌어진 끝에 지동원의 선덜랜드행이 확정됐다. 하지만 지동원이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곧장 영국으로 건너가는 바람에 K리그 고별전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쉬움이 가득할 축구팬들을 위해 본지는 단독 인터뷰를 통해 최연소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의 출사표를 싣는다. 전남 드래곤즈 클럽하우스 내 지동원의 방에서 이뤄진 생생한 토크는 ‘추자도 축구소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청사진까지 거침없이 그려나갔다.
EPL에서 지동원 스타일 찾기
지난 2007년 여름 잉글랜드 레딩에서 유학했던 지동원은 적응에 실패해 다시 국내로 돌아왔다. 함께 유학길에 올라 레딩 유소년팀과 계약했던 남태희, 김원식과 달리 지동원은 쓸쓸히 발길을 돌려 국내 무대에서 유럽 진출의 토대를 다시 닦아야 했다.
10개월 동안 레딩에서 훈련했던 지동원은 “당시 EPL은 나에게 꿈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레딩의 홈 경기가 열릴 때면 경기장을 찾았던 그는 “경기장으로 들어갈 때 팬들과 함께 수 만명이 몰려서 걸어갔는데 정말 굉장했다”며 EPL에서 활약하고 싶었던 바램을 드러냈다. 그렇게 먼 길을 돌아온 지동원은 이제 당당하게 EPL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A대표팀 공격수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지동원은 ‘강심장’이 최대 장점이다. 그는 “대표팀 경기는 항상 즐겁다. 아시안컵에서도 경기 전에는 다소 부담감이 있었지만 막상 휘슬이 울리면 전혀 떨리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세계 최고 무대인 EPL 도전을 앞두고도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은 큰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잔디와 문화 적응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동원 스타일’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는 “제가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기 때문에 스타일을 먼저 찾는 게 중요하다. 고등학교 때는 공격만 주로 했는데 프로에 와서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 EPL의 스타일을 파악한 뒤 적응하는 게 관건인 것 같다”고 밝혔다.
맨유 철벽 수비 콤비 비디치와 퍼디낸드 상대로 골 넣고파
2010년 프로무대를 밟은 지동원은 첫 경기를 잊지 못한다. 그는 “첫 경기를 어떻게 뛰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너무 긴장을 해서 선수들도 잘 보이지 않고 멍했다”며 “공을 받으면 어디로 줘야 할지 몰라 공을 번번이 빼앗긴 기억이 난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지동원은 EPL에서 데뷔전을 치러야 한다. ‘EPL 첫 경기에도 프로 데뷔전과 같은 긴장감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지동원은 “K리그 데뷔전처럼 그렇게까지 되겠어요”라고 반문한 뒤 “K리그 경험도 했고, 대표팀에서 아시안컵 등 많은 경기를 치렀다. 잉글랜드에선 멍하게 있지는 않겠다”고 엷은 미소를 보였다.
빅리그에서 가장 맞붙고 싶은 상대는 단연 EPL 최다 우승 기록 보유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동원은 “맨유는 EPL 최고의 팀이다. 지성이 형도 있어 꼭 한번 붙어보고 싶다”며 “특히 맨유의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와 리오 퍼디낸드를 상대로 골을 넣고 싶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는 이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맨유와 선덜랜드의 맞대결은 오는 11월5일(맨유 홈), 2012년 5월13일(선덜랜드 홈)로 예정돼 있다.
롤모델 박지성, 박주영 따라잡기 출발점
지동원은 축구선수로서 자신의 점수를 매겼다. 2010년에는 50점이었다. 그는 “프로 세계에 들어왔으니 50점을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EPL 진출이 결정된 지금의 점수는 70점으로 올랐다. 그는 “빅리그인 EPL에 진출했으니 70점은 줄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떻게 활약하느냐에 따라서 점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최종 목표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적이 이뤄진다면 100점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바로셀로나에 입단했다고 해서 100점은 아니다. 바르셀로나 2군에서 뛴다면 큰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지동원의 100점 기준은 ‘바르셀로나와 같은 좋은 팀에서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동원은 박지성과 박주영(AS모나코)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는 “지성이 형은 맨유라는 굉장한 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면서 기량을 인정 받았다. 그리고 주영이 형은 유럽에서 공격수로 시즌 10골 이상을 넣었고, 어떤 팀과 만나도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펼친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완장을 주고 받았던 박지성과 박주영이 지능적인 플레이로 새로운 무대를 개척한 그 발자취를 이어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묻어났다.
그는 “세계무대를 향한 도전에서 지능적인 플레이가 가장 중요하다. 창조적인 패스와 움직임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유럽정복을 위해 첫 발을 내딛는 신예 스트라이커 지동원은 “지동원이라는 이름 석자를 세계 축구팬들에게 알린다면 성공일 것이다. 한 순간 반짝하는 선수보다 점점 발전하는 축구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팬들의 지속적인 성원을 부탁했다.
광양=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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