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어제 청와대 회담은 그 성과가 결코 작지 않다. 우선,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거의 3년 만에 진지한 대화를 통해 국정 현안에 대해 비슷하거나 다른 시각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 또한 사전에 의제로 간추린 6개 현안 가운데 당장의 구체적 방책보다 정책의지와 다짐이 중요한 3개 현안에 대해 공감한 것도 단순히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일자리와 가계부채, 저축은행 문제 등에 대한 여야의 성실한 대화와 협조 자세를 기대할 만하다.
대학 등록금 문제도 구체적 해결 방안에는 생각을 달리했으나 등록금 인하와 대학 구조조정의 병행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한 것은 물론 견해가 다른 부분을 앞으로 계속 협의하기로 한 데서도 청와대와 민주당 양측의 대화 분위기 지속을 위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추경 편성과 한미 FTA 비준 동의 문제에 대해서는 각각 손 대표와 이 대통령의 요청이 거부됐으나 그 배경인 법제적 문제나 재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민주당의 공식 입장으로 보아 애초에 합의나 공감대 형성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청와대 회담의 성공은 당장 이 대통령과 손 대표에게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국정 장악력 약화에 잠시나마 제동을 걸 수 있게 됐고, 손 대표도 전체 야권과 민주당 안에서의 대표성이 한결 공고해진 데다 대국민 '실용' 이미지도 과시했다.
그러나 우리가 청와대 회담에 관심을 갖고 그 성공을 바란 이유는 두 사람의 정치적 소득 때문이 아니다. 어제 만남을 계기로 정치권이 국정 효율화로 민생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가 처음부터 관심을 끌었다.
회담에서 보듯, 여야의 정치적 입장과 민생 현안에 대한 시각, 그 해결책은 많이 다르다. 그런 차이를 이유로 무조건 등을 돌리지 말고, 최종 목표인 민생을 염두에 둔 대화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평범한 깨달음이야말로 어제 회담의 성과다. 이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은 여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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