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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이 만든 집<구 한국미술관>, 새 주인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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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이 만든 집<구 한국미술관>, 새 주인 찾습니다"

입력
2011.06.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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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건축물도 미술품으로 대접받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경제적인 재산으로만 보는 게 아쉽습니다."

건축가 김중업(1922~1988)의 대표작 중 하나로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악산 자락에 자리한 주택(옛 한국미술관)이 자칫하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0여년 이곳을 지켜온 김주현씨는 최근 집을 내놓았다. 그러자 상업시설이나 빌라를 지으려는 이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김씨는 "식구가 줄어 큰 집에서 살기에 마땅치 않아 이사하기로 했지만 건물이 헐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고심 끝에 서울옥션에 의뢰해 건물을 보존하는 조건을 붙여 팔기로 했다. 국내에서 경매회사가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집은 김수근(1931~1986)과 함께 한국 현대건축의 양대 산맥인 김중업이 1967년 지은 것이다. 호방한 지붕선과 기둥을 많이 활용한 것이 그의 작품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김중업은 5ㆍ16 군사정변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1971년 지금의 경기 성남시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광주대단지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한때 프랑스로 추방되는 등 군사정권과의 껄끄러운 관계 탓에 공공건물을 많이 짓지 못했다. 대신 개인주택 등 가옥 40여채를 설계했는데, 대부분 개발에 밀려 사라졌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서산부인과 등 덩치가 큰 건물들도 증축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거나 헐렸다.

가회동 주택도 40여년 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숱한 곡절을 겪었다. 김중업에게 설계를 맡긴 지인은 제 집에선 서울시내 전경이 내려다 보이되 뒷집에서 앞마당이 훤히 내려다 보이지 않도록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김중업은 비탈진 경사를 깎는 대신 흙을 쌓아 올려 집을 지었고, 뒷집에서 보이지 않도록 큼지막한 지붕을 올렸다. 뒷집은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자택이다. 김중업은 완공 후 "대지에 자리잡아, 하늘을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고 도모하는 집을 주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집은 1980년대 초반 이탈리아 대사관저로 사용되다 83년 사립 한국미술관이 들어섰고, 10년 뒤 김주현씨가 사들였다.

집 대문에서 건물을 바라보면 하늘로 우뚝 솟은 기둥들이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격자형 서까래가 커다란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큰 지붕이 행여 해를 가릴까 서까래 사이로 구멍을 내 햇빛이 테라스에 쏟아지도록 한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가 눈길을 끈다.

김중업의 작품세계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지붕이다. 정인하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1950년대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사무실에서 일했던 김중업은 르 코르뷔지에가 인도 아마드바다에 지었던 빌라 쇼단의 건축양식을 본떴지만 그 위에 한옥 처마를 닮은 지붕을 올려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라는 현대적 재료를 가지고 한국적 형태를 재현하려 했던 건축가의 의도가 잘 녹아있다. 그가 설계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서대문 주한 프랑스대사관 본관, 부산 유엔기념공원 정문 등에도 좌우로 뻗은 지붕을 만날 수 있다.

이 주택은 대지 1,322㎡(400평)에 3층 건물이며, 현재 1층에는 거실과 서재, 식당, 부엌이 있고, 2층에는 침실과 화장실 등이 있다. 시가 약 300억원.

현재 건물을 보존하는 법적 장치로 등록문화재 지정이 있다. 예외조항이 있긴 하지만 주로 해방 전에 건설, 제작, 형성된 건물이나 문화자산을 대상으로 한다. 해방 이후 지은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예는 아직 한 건도 없다. 또 건물이 개인자산일 경우에는 보상금 책정 문제 등으로 문화재로 인정받기가 더욱 어렵다. 정인하 교수는 "기념비적인 건물은 국가의 관광, 문화자원이 될 수 있다. 현대 문화유산이더라도 역사적으로 그 가치가 인정되는 건축물은 함부로 헐거나 바꿀 수 없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서울옥션은 28일 오후 4시 이 집을 일반에 공개한다. (02)395-0330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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