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조기업의 존재가 두드러진 미국 디트로이트는 재탄생에 실패했지만 소규모 영세 직물업자들이 모인 뉴욕은 도약에 성공했다. 서울도 대기업 중심도시라는 점을 재고해야 한다."
도시 개발은 환경 보호나 전통 보존의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론을 펴며 도시의 활력과 혁신을 강조해 주목 받는 미국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44ㆍ사진) 하버드대 교수가 방한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올해 2월 미국서 출간돼 화제를 부른 <도시의 승리> (해냄 발행) 한국어판 출간에 맞춘 첫 방한이다. 도시의>
미국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기도 한 글레이저 교수는 방대한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도전적인 주장을 펴 주목 받는 도시경제학자다. <도시의 승리> 는 도시가 혁신과 성장, 번영의 원동력이라는 그의 '도시예찬론'을 역사적 실례를 통해 입증해 보이고 있다. 도시의>
글레이저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인류의 50% 가량이 도시에 거주하는데 이제 목표의 절반까지 왔다"며 "세계화와 기술 발달로 지식과 아이디어, 혁신이 중요한 시대에서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더 많은 지식을 배울 도시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세계 유수의 메트로폴리탄 대열에 선 서울에 대해 "우수한 인적 자원이 몰려 있고 질서와 혁신이 절묘한 균형을 이룬 도시라는 점에서 위대한 도시 중의 하나"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성공을 거둔 도시는 똑똑한 사람이 모여 있고 작은 기업들이 많으며 외부세계와 연결됐다는 3가지 공통점을 지닌다"며 "서울이 대기업 중심이라는 것은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대형 제조기업은 장기적으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인구와 자원의 과도한 서울 집중에 대해 "도시간의 공정한 경쟁에서 한 도시가 승리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경제적 생산성, 삶의 질 등에 따른 자연발생적 성장이 아니라 정치적 요소에 의한 집중이라면 공공 기능을 분산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공공 부문 지역 이전의 필요성을 긍정했다.
그는 도시의 폐해로 흔히 지목되는 환경오염 등에 대해서는 적극 반론을 폈다. "도시를 자연과 정반대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도시는 실은 가장 친환경적이다. 사람들이 밀집해 살 때 이동이 줄고, 개인당 대지 면적도 작아지며 소모하는 에너지 양도 준다." 그가 위로 솟구치는 고층빌딩형 '마천루형 도시'를 지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레이저 교수는 재건축 등을 통해 부동산 공급을 늘려야 집값이 안정되며 고도제한 등 각종 건축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시장주의 경제학자다. 그는 "도시가 화석처럼 굳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도시가 인간을 서로 연결시키며 기적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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