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만 해도 가족과 팬들의 응원에 눈을 깜빡이며 눈물만 흘렸던 신영록(24ㆍ제주)이 의식을 회복하면서 기적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 5월8일 K리그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서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신영록이 50일 만에 깨어났다. 제주한라병원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간질파, 흡입성 폐렴, 균혈증이 급격히 호전되면서 자가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인공 호흡기를 제거했고, 사람들도 알아보는 등 의식을 찾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신영록의 모습은 오랜 투병 생활로 인해 수척해져 있었다. 빡빡 깎은 머리의 신영록은 눈동자와 팔을 의지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신영록은 이날 병실을 찾은 박경훈 제주 감독에게 ‘감ㆍ독ㆍ님’이라고 정확하게 발음하는 등 사람을 인지했다.
부정맥에 의한 심장 마비로 쓰러졌던 신영록은 의식을 쉽게 회복하지 못해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병원 측은 그 동안 저체온 치료와 수면치료를 병행해왔다. 병원 측은 수면제 투여를 조금씩 줄이면서 의식 회복을 유도했지만 간질파가 계속 발견돼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상태가 호전되자 병원 측은 지난 11일부터 안정제 투여를 중단하면서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봤다.
병원측에 따르면 21일을 기점으로 신영록이 자가호흡을 시작했다. 24일에는 일반 병실로 옮길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지만 병원 측은 환자와 가족의 안정을 위해 비밀로 붙이면서 의식 회복을 위한 마지막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쓰러진 지 50일 만인 이날 공식적으로 의식 회복을 발표했다.
공격수 신영록은 ‘임수혁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2000년 경기 도중 쓰러졌던 야구 선수 임수혁은 지난해까지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기적적으로 아들이 회복되자 아버지 신덕현씨는 이날 언론을 통해 자필 편지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편지에서 “(신)영록이가 기나긴 악몽에서 깨어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러분의 애정과 관심 덕분에 저희 가족들은 희망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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