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선진농업기술을 제대로 배워보겠습니다. 그래야 통일이 되면 배고픔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을 빨리 도울 수 있을 테니까요."
2004년 7월 한국에 처음 정착할 때만 해도 새터민(탈북자) 정수영(51ㆍ가명)씨의 꿈은 농사꾼이었다. 북한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함북 경원군에서 태어나 한 기업소에 다니던 정씨는 98년 북한을 떠나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일대를 떠돌다 입국했다. 정씨는 "나이와 남북간의 기술 격차 등을 감안할 때 내 적성은 농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씨는 새터민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도 "농사일을 하겠다"고 지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새터민을 도시 지역에 정착시키던 당시 상황 때문에 출발부터 험난했다. 결국 정씨는 혼자 농사를 짓겠다는 욕심으로 그 해 9월 경북 청도군에 내려갔다. 하지만 땅주인과의 계약 조건 등이 맞지 않아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공예품 제작업 등 다른 직업을 전전하던 정씨는 서울 서초경찰서가 지난 3월 새터민 게시판에 올린 '귀농 희망자를 도와드립니다'라는 글을 보고 자신의 꿈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글을 올린 서초서 새터민 담당자 임달수 경위에게 전화를 걸었고 3개월여의 준비 끝에 북한 이탈주민 통일영농학교 1기 입학생이 됐다.
통일부 농림수산식품부 함께일하는재단 등 민관이 힘을 모아 운영하는 통일영농학교 입학식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열린다. 1기 입소생은 24명이며 부부도 8쌍이나 된다. 이들은 7개월간 농사 전문가에게 이론, 실습교육을 받은 뒤 농사현장으로 나갈 예정이다. 성공한 농업인은 멘토가 돼 이들을 뒷받침한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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