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섯 번째로 발생한 태풍 메아리는 6월 태풍으로는 이례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피해는 크지 않지만 6월 태풍이 한반도를 찾아온 것은 1963년 6월 부산에 상륙한 셜리 이후 48년 만이다. 한반도 인근까지 온 것으로 치면 2003년 소델로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6월에 태풍이 시작되면 6개 온다'는 제주 속담이 있듯 올해 태풍이 잦을 전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례적인 6월 태풍 왜
최근 수십년간 한반도를 통과하는 6월 태풍이 없었던 것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주로 한반도 남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보통 6월에는 이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 일본 남쪽에 중심을 뒀다. 따라서 6월 태풍은 우리나라보다 동쪽에 있는 일본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압 배치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서쪽으로 세력을 키워 일본 열도를 포함해서 우리나라까지 뒤덮는 형태로 발달한 것. 이로 인해 태풍은 한반도 서쪽으로 밀려 올라왔다.
올해 태풍 얼마나 잦으려고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하는 시기가 점점 더 앞당겨지고 있어 한반도가 태풍의 영향권에 드는 일이 더 잦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는 "5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오는 등 계절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라며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 기간이 길어지고 따라서 한반도가 태풍의 위험 반경에 노출되는 시기도 더 길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6~8월 사이에 평년(11.2개) 수준과 비슷한 11~12개의 태풍이 찾아오고 그 중 1, 2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태풍이 찾아왔고 태풍이 7, 8월에 집중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반도를 덮치는 태풍의 숫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메아리는 왜 피해 적었나
태풍은 보통 시계반대방향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왼쪽보다 오른쪽이 피해가 크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서해 쪽으로 태풍이 지나갈 때 피해가 컸었다. 그러나 메아리는 예상보다 왼쪽으로 치우치고 서해상에서 저기압골을 따라 빨리 이동하면서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다. 기상청 정관영 예보분석과장은 "당초 황해도 옹진반도쪽으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던 메아리가 동쪽의 강한 고기압 때문에 북서진 했다"며 "서해상으로 올라온 태풍이 동진하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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