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지난해 10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09회계연도 결산 관련,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안'이 통과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한화그룹 킬러'로 통하는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여당 간사를 맡고 있었고, 예결위는 위원장 명의로 요구안을 발의했다. 예결위는 안건 원문의 다섯 번째 항목에 '공적자금 운용에 대한 감사'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번 감사 결론은 국회가 '3전 4기'도전 끝에 이뤄낸 결과다. 대한생명의 매각 절차에 대한 감사 청구는 2005년 이후 3차례나 발의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우선 2005년 2월 23일 권영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2명은 당시 한화그룹이 한화종합금융과 충청은행의 부실 부분에 대해 충분하게 책임을 지지 않았다면서 인수 자격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감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청구안은 같은 해 4월 해당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으나 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같은 해 2월 24일에도 같은 제목으로 감사청구안이 발의됐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대표자로 나서 여야 의원 19명을 모아 제출했다.
당시 의원들은 한화그룹 산하 회사인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의 부실 경영으로 이미 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데다, 한화그룹도 8,000억원의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에 대한생명 인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또 한화그룹이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상화한 대한생명을 이면계약과 로비를 통해 인수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이어 한화그룹과 사업파트너인 맥쿼리그룹 간의 이면계약이 존재한다며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 청구안도 같은 해 4월 당시 재정경제위원회에 상정만 된 채 시간을 끌어오다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에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18대 국회 초반인 2008년 11월 24일 '대한생명의 매각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또다시 대표 발의했다. 청구안에는 여당 의원 14명이 서명했다.
이 의원은 당시 매각을 주도한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를 벌여 사실 관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청구안도 발의된 지 1년 만인 2009년 11월 정무위원회에 상정만 된 채 처리돼지 못했다. 결국 감사 청구안은 첫 발의된 지 5년 8개월만인 지난해 10월에야 한나라당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예결특위에서 위원장 명의로 통과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끊임없이 촉구한 데에는 대한생명 매각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 이뤄진 것에 상당 부분 이유가 있다. 이 문제를 제기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특혜로 이뤄진 대한생명 매각은 비리와 의혹의 종합백화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이번 조사 결과가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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