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 등을 통해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설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30일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계획이 알려지면서 북한·러시아 정상회담 개최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 교도 통신은 28일 김 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러시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일본 마이니치 신문도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내달 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러시아 대통령실 나탈리야 티마코바 대변인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30일 극동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북러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대외적인 움직임을 감안하면 양국 정상회담의 성사가 사실상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이번에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02년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 뒤 9년 만이다.
아직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호가인된 바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상회담 개최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북 전문가들도 최근 북한 내부의 경제 사정 등을 고려했을 때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달 중국 방문의 성과를 황금평과 라선 경제무역지대 착공 등 북중 경제협력의 상장에 두었다는 점에서 이번 러시아 방문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옥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북한이 북·중·러 국경지대에 있는 라선 경제무역지대 개발에 러시아를 끌어들여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최근 지지부진한 쌀 지원 문제와 관련 유럽 쪽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북측이 러시아의 협조를 구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개혁개방에 러시아를 끌어들여 외교적 고립을 벗어남과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나름 균형 있는 외교 전략을 구하려는 목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경제 문제와 6자회담 문제 등 최근 북한의 동향을 봤을 때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라선 지역 경제협력과 시베리아 지역 북한 출신 노동자들의 인력송출 등 양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경제 문제가 주요 배경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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