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를 양분하고 있는 한국노총(조합원 74만명)과 민주노총(조합원 59만명)에게 복수노조제도의 시행은 위기이자 기회다. 새로운 조합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일정 부분 기득권 포기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2월 한국노총이 이용득 위원장 체제로 재편된 이후 양대 노총은 노조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하는 등 총연맹 단위에서는 손을 맞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산별ㆍ지역별로는 물밑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노총 전북자동차노조 소속 버스운전사 560명이 민주노총 운수노조에 가입하면서 촉발된 전주 버스파업은 3개월여를 끌었고 지난달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와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 플랜트노조도 군산지역 건설노동자 180여명의 조합가입 여부를 놓고 상호 비난집회를 여는 등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복수노조제 시행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공세적이라면 한국노총은 다소 방어적인 입장이다. 한국노총의 경우 내심 복수노조제의 시행을 원하지 않았던 버스, 택시, 항운 등의 조직들이 민주노총 조직의 세력확장을 경계하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 출신의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복수노조제 폐지를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민주노총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기치로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통해 외연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노선분화로 조직의 일부 이탈은 불가피하지만 새로운 '시장'의 개척으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노사협조주의를 내세운 가칭 '국민노총'(제3노총)의 세력화 여부도 관심사다. 4월 민주노총을 탈퇴한 서울지하철노조를 주축으로 KT, 코오롱, 기아자동차 노조의 일부 세력이 이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민노총'의 주요 추진세력인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 선거결과가 나오는 10월 이후 그 윤곽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복수노조제가 시행된다 해도 대기업과 금속ㆍ자동차노조 중심의 민주노총과 중소기업 및 금융노조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노총의 노동계 양분구도는 지속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노총 주도로 양 노총은 상대방의 주요사업장에 대해 조직확대를 자제하는 소위 신사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