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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대학본부 점거 28일만에 해제/ 서울대 '법인화' 일시 봉합…갈등 재연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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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대학본부 점거 28일만에 해제/ 서울대 '법인화' 일시 봉합…갈등 재연 불씨

입력
2011.06.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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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화 재논의를 요구하며 서울대 행정관(본부 건물)에서 점거 농성을 벌여온 학생들이 농성 28일 만에 점거를 풀었다. 서울대 본부 건물 전체를 학생들이 처음으로 점거한 사태가 학교와 학생회간 대화로 풀렸다는 점은 평가할 부분이다. 그러나 양측은 서울대 법인화에 대한 의견 차이를 일시 봉합하는 데 그쳐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6일 오후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점거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제 모든 (법인화 추진) 문제의 책임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묻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기자회견 직전 박명진 서울대 교육부총장은 오연천 총장을 대신해 "학생들의 의견 수렴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서울대 집행부의 책임이다. 학생대표를 포함해 우리 구성원들로 이뤄진 대화협의체를 구성하고 중요 사항을 함께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총장 담화문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점거를 통해 학생들이 얻어낸 것은 많지 않다. 학생들은 본부의 일방적인 법인화 추진에 반발, 지난달 30일 비상총회를 열고 본부 건물을 점거한 후 법인 전환을 총괄하는 법인 설립준비위원회 해체와 법인화 재논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학생들이 얻어낸 것은 "학생 의견을 수렴하지 못해 유감"이라는 총장의 담화문과 대화협의체 구성 및 2012년 등록금 동결 약속이 전부다. 징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공립대 법인화 문제를 대대적으로 공론화했다는 점은 학생들의 성과다. 2009년 진행된 서울대 법인화 찬반 총투표에서 학생 80% 이상이 법인화에 반대했음에도 이 사안은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농성 중 부산대 총장 당선자가 법인화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국공립대 법인화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자기 공부하기에만 급급해 보였던 학생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운동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견제 집단으로서 학생들의 존재를 각인시킨 효과가 컸다. 임두헌 부총학생회장은 "법인화 추진에 문제 의식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행동했다는 것 자체가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최갑수 서울대 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서양사학과 교수)은 "학생들 내부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 대중가요를 패러디 한 '총장실 프리덤' 등 유쾌한 놀이문화에서 1980년대 학생운동과는 다른 대안적인 문화운동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평했다.

학교 측은 본부 건물 모든 층(5층) 점거라는 서울대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핵심 요구였던 법인설립준비위 해체 없이 사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이학래 학생처장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학생들과 대화가 얼마나 중요하지 깨달았다"며 "앞으로 학생 의견을 수렴하는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소통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향후 국회를 상대로 서울대 법인화법 폐기를 촉구하고, 정치권의 행동을 끌어낸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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