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엽은 데뷔 9년 된 작곡가 겸 가수이다.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로 '낫싱 베터(Nothing Better)'등 히트곡도 여럿 있지만 대표적 얼굴 없는 가수로 꼽힐 만큼 대중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그가 올 들어서만 벌써 TV CF 2편에 얼굴을 드러냈다. 5월 해태제과 '브라보콘'으로 TV 광고 데뷔를 한 정엽은 최근 하이트진로의 새 '참이슬'TV 광고에도 등장했다. 모두 MBC '우리들의 일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에 출연한 이후 인기를 끌면서 생긴 변화. 소속사 관계자는 "자동차, 패밀리레스토랑, 주방용품, 화장품 회사까지 여러 곳에서 제안이 왔다"면서 "광고 출연, 광고 협상 등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고 말했다.
요즘 광고시장에 '나가수 신드롬'이 거세다. 생존과 탈락 여부를 떠나 나가수 출연가수들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CF에서도 이들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정엽을 비롯해 박정현, 윤도현 등 나가수에 출연했거나 출연중인 가수들이 CF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심지어 장기호 교수, 작곡가 김형석 등 '나가수' 심사위원들까지 광고에 얼굴을 내보이고 있다. 심지어 나가수의 진행 방식을 패러디 한 광고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냘픈 몸매임에도 폭발적 가창력으로 이미 '나가수가 낳은 최고의 스타'가 된 박정현은 현재 서울우유의 '아침에 주스' CF에 출연중이다.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CF 주인공이 된 것. 도시풍 이미지답게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노래 '선데이 브런치'를 부르는 상큼한 모습이 인상적이란 평가다. 박정현을 선택한 서울우유 관계자는 "나가수로 국민요정이라는 애칭을 얻은 박정현의 상큼함과 신선함이 아침에주스의 이미지에 딱 어울린다"고 말했다.
윤도현도 이번 주 전파를 타기 시작한 참이슬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윤도현은 정엽 그리고 역시 나가수에 출연했던 가수 김건모와 함께 노래 경쟁을 펼치며 탤런트 이민정에게 "한잔 더"를 제안하는 모습을 보인다. 윤도현은 앞서 정엽과 함께 출연한 브라보콘 광고에서도 CM송을 각각 락 버전과 R&B 버전으로 편곡해 불렀다.
임재범, 김범수 등도 광고주들로부터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측 관계자는 "치킨 등 10개 가까운 광고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 청정원은 최근 자사 제품 '카레여왕'의 새 TV CF를 '나는 카레다'라는 이름으로 내보냈다. 메인 모델 이승기가 카레요리를 장기호, 김형석 등 '나가수' 심사위원들에게 선보이고 심사위원들은 각종 찬사를 보내는 내용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기자가 휩쓸고 있는 광고 시장에서 가수들이 대거 메인 모델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특이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연기자는 영화, 드라마의 등장 인물을 통해 대중에게 하나의 이미지를 남길 수 있어 광고 모델로 안성맞춤"이라며 "나가수 출연 가수들도 꾸준히 방송에 모습을 보이면서 대중에게 각자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김홍창 제일기획 제작본부 마스터는 "매주 가수들이 한 곡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모습을 통해 대중에게 진정성이 전달됐다"며 "밝고 경쾌한 아이돌 가수에 익숙했던 대중에게 전혀 다른 차원의 감동을 안겨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광고 시장은 제품보다 인기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큰데 나가수 출연자들은 호감도, 인지도 모두를 높다"며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방송계의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광고업계에서도 서바이벌이 한 동안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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