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동조합(노조) 허용을 보는 경영계의 시각은 '우려' 일색이지만, 고민의 내용은 기업마다 제각각 이다.
최대 관심은 삼성과 포스코의 노조설립 여부. 두 기업도 오랜 '무(無)노조경영'시대의 폐막을 어느 정도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27일 "법적으로 허용된 것을 막아선 안되고 막을 방법도 없다고 본다"며 "직원복지를 충분히 강화하는 등 전체적인 노무관리 차원에서 대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걱정하는 것은 노조 설립 그 자체 보다 노동계 전체의 움직임이다. 실제로 노동계는 삼성 포스코 등 그동안 노조가 없었던 대기업들을 '공격포인트'로 삼고 있어, 이들은 일단은 노조가 외부세력과 연계되는 것을 막는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노조의 지배력이 강한 기업들은 노ㆍ노간 경쟁으로 인한 강성화, 관리비용 증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 노조 안에서 계파 갈등이 심했던 기아차에선 이미 일부 세력을 중심으로 새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복수노조 설립 그 자체보다 각 노조가 경쟁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상황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직능별 노조설립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기업들로선 부담거리다. 예컨대 항공업계는 기존 노조와 항공사 노조 외에 일반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제3 노조의 출현 가능성이 관심거리다. 일부 금융회사에선 지점직원들을 중심으로 별도 노조 설립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고, 연구소직원을 중심으로 별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포착된 대기업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생산직 따로, 사무직 따로, 연구직 따로 노조가 만들어진다면 어차피 각각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노무관리비용이 크게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용자측을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와 관련, 복수노조 대응 특별 단체교섭지원단을 꾸리기로 했다. 이 조직은 회원사의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무력화를 시도할 경우, 법률 자문 등 체계적인 사측의 대응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경총 관계자는 "모든 노조가 교섭권을 가지면 교섭비용이 증가하고 노사갈등도 심해지는 등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교섭단일화 원칙을 지켜 낼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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