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무슨 80년대도 아니고…그렇다고 외환위기도 아니고…해외여행을 자제하라니요."
여름 휴가를 가급적 해외 아닌 국내에서 즐기라는 정부의 권고에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뜬금없다"는 반응들이다.
해외여행 자제가 물론 정부의 공식방침은 아니다. 지식경제부 윤상직 1차관이 최근 산하 41개 업종별 단체와 공기업, 준정부기관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라고 한다.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정책에 대한 동참을 당부하던 윤 차관은 도중에 여름휴가를 화제에 올렸다고 한다. "올해 휴가철에는 '해외관광 출국자 사상 최대'와 같은 뉴스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가급적 해외보다는 국내 휴가를 즐겼으면 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윤 차관의 발언 취지는 내수활성화. 정부가 침체된 내수를 살리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들도 여름 휴가를 국내 소비에 기여하는 쪽으로 솔선수범하자는 메시지였다. 뭐, 따지고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여름휴가를 해외로 안 가면 어차피 국내 휴양지에서 보낼 것이고, 그만큼 국내소비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내수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해외여행 자제가 안겨줄 '반짝 여름경기'가 과연 무너진 내수기반을 살리는 데 몇 퍼센트가 기여할까.
중요한 건 국내에서 돈을 쓸 수 있도록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내수는 저절로 살아난다. 외자가 부족했던 70~80년나, 나라가 위기에 처했던 환란 때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출국자제를 호소하는 건 시대흐름에도 맞지 않고 실질적 효과도 거두기 힘들다.
무작정 공공부문을 '조이는 식'의 접근은 전시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식경제부는 그렇지 않아도 에너지 절약한답시고 야간골프를 금지시켰다가 법원에서 패하고 말았다. 내수를 살리려면 정부의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김종한 산업부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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