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을 찢어라!"
이라크 시인 자말 시카 아자하우가 조국의 여성들에게 한 절규다. 아랍권은 히잡, 차도르, 부르카 등으로 여성 신체를 가리는 행위를 당연시한다. 2000년대 들어 활발해진 이슬람 페미니즘 운동의 배경에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신체를 가리는 여성 억압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슬람은 실제로 남녀차별을 정당화하는 종교일까.
이슬람권에는 '여성은 성욕이 강하고 조절능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한데 거기에는 나름의 역사적 연원이 있다. 이슬람 강경 시아파 창시자 이븐 아비 탈리브가 "전지전능하신 신께서 성욕을 열 가지로 나눠 창조하셨는데 그 중 아홉 가지를 여성에게, 한 가지를 남성에게 주셨다"고 한 것이다. 그의 말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지만, 후대 사람들은 여성의 외모가 남성의 탈선을 유도하기 때문에 사회 혼란을 막으려면 여성의 신체를 최대한 가려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슬람 경전 코란의 어디를 봐도, 눈을 제외한 여성의 모든 신체를 가려야 한다는 구절이 없다. 성적 유혹을 일으킬 부위는 노출하지 말라는 언급이 있는데 그것은 남녀 모두 그렇게 하라는 것이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히잡 역시 남녀 불문하고 내면의 잠재 욕망을 절제할 수 있게 하는 의복으로 규정돼 있다.
코란은 114개 장 가운데 '여성의 장'을 별도로 두고 있는데 '여성은 남성의 옷이고 남성은 여성의 옷'이라는 평등 원칙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회개의 장'에는 '남녀 신앙인은 서로가 서로를 위한 보호자'라는 구절이 있다.
코란의 이 같은 남녀 평등성 때문에 초기 이슬람교는 종교적 의무를 수행하는 데 남녀 구분을 두지 않았다.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의 딸 파티마는 아버지가 죽은 뒤 권력투쟁을 직접 지휘했을 정도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고 남성 중심의 특권층이 코란 해석권을 독점하며 정치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적 방법으로 교리를 악용하면서 이슬람의 폐해가 나타났다. 부당 대우를 억압과 차별이 아니라 종교 순응으로 받아들인 이슬람 여성들의 소극적 태도도 남성중심 문화의 형성에 한 몫을 했다.
명예살인은 이슬람의 왜곡을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다. 순결, 정조를 잃었다는 이유로 딸, 누이를 때려 죽이는 야만적 행위가 지금도 아랍권 전역에서 심심찮게 발생한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는 여성이 한 해 5,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