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뉴욕 사무소 개소식이 자못 성대하게 치러졌다. 23일(현지시간) 맨해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행사엔 비크람 판디트 씨티그룹 회장, 스티븐 스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개리 콘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월 스트리트의 거물급을 포함해 150여 명이 모였다고 한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맨해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헴슬리빌딩을 매입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월스트리트에서 '갑(甲)의 위상'을 떨쳤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국민연금의 뉴욕 사무소 개소는 정부가 2007년 연금자산의 해외투자 본격화를 선언한 후 3년여 간의 준비를 거친 경사다.
하지만 잔치는 잔치일 뿐이다. 이 시점에서 국민연금에게 필요한 건 '갑'의 자부심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밥'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본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는 자산 팽창에 따른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연금자산은 올해 3월말 기준 334조원이었으며, 2020년엔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근 "고래가 더 이상 연못에 머무를 수 없다"며 해외투자 확대 의지를 이미 밝혔다.
해외투자는 연금자산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면이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채권에 70%, 주식과 대체(부동산 등) 투자에 30% 정도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하지만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해 향후 5년 내 채권 비중을 60% 이하로 낮추고, 모험적이지만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주식과 대체(부동산 등) 투자를 4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투자 확대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연ㆍ기금들은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헤지펀드 같은 '선수'들에 비해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운용의 전문성이나 투자 시스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연금의 최근 3년간 해외주식 투자수익률 역시 벤치마크 대비 7% 포인트 낮은 마이너스 10.65%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해외투자에서 '밥'이 되지 않도록 투자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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