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해결사'로 자리 잡은 이범호(30)의 진면목은 화려한 타격 솜씨에 가려 있다.
이범호는 26일 현재 득점 1위(49개)를 비롯해 타점 공동 2위(55개), 출루율 2위(0.453), 홈런 공동 3위(13개), 타격 4위(0.326) 등 공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진짜 이범호의 진가는 소리 소문 없이 '퍼펙트'를 자랑하는 핫코너 수비에 있다.
이범호는 올시즌 단 1개의 실책도 없다. 규정타석을 채운 8개 구단 전체 내야수 가운데 유일한 무결점 수비를 자랑 하고 있다. 팀이 치른 67경기 가운데 66경기에 출전한 이범호는 지명타자로 9차례 출전한 것을 제외한 57경기에 3루수로 나섰다. 강습 타구가 많은 포지션인 3루에서 아직까지 실책이 없다는 건 대단한 수비 실력이다.
지금 같은 완벽함이라면 역대 3루수 연속 경기 무실책 기록도 갈아치울 태세다. 이 부문 최고는 김성갑 넥센 코치가 빙그레 시절이던 1987년 10월 3일 대전 해태전부터 88년 7월 20일 대전 OB전까지 세운 67경기.
올시즌 3루수로 출전한 57경기에서 실책이 없는 이범호가 마지막으로 실책을 저질렀던 경기는 일본 진출 전 한화에서 뛰던 2009년 9월23일 대전 LG전. 그 해 자신의 마지막 경기였던 대전 삼성전부터 올해까지 58경기 연속 무실책 중이다.
앞으로 3루수로 나간 10경기에서 실책을 맛보지 않는다면 무려 23년 만에 3루수 연속 경기 무실책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아울러 김성갑 코치가 88년 기록한 3루수 시즌 최소 실책(3개)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유격수 연속 경기 무실책은 88경기, 1루는 133경기, 2루는 107경기로 3루 수비가 얼마나 어려운지 방증한다.
KIA는 이범호를 영입하면서 일찌감치 주전 3루수로 낙점했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가 다소 불안했던 김상현을 좌익수로 돌리면서 공수에서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한 계산이었다. 좌익수로 전업한 김상현도 올해 실책이 3개 밖에 없을 만큼 현재까지 완벽한 수비 이동 효과를 얻고 있다.
이범호는 잠실 두산전이 취소된 26일 "투수들이 편안하게 던질 수 있도록 최대한 집중력을 끌어올려 수비에 임하다 보니 실책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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