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상전문가들이 "올해 1~2개의 태풍이 한국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반도는 벌써부터 태풍 '메아리'의 영향권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자연 재해 중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태풍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 까?
태풍은 북태평양 남서부에서 발생하여 동아시아로 불어오는,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이고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저기압이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최대풍속에 따른 4 단계 분류 중 한국과 일본은 열대성 폭풍 이상을 태풍이라 부른다. 태풍은 지역에 따라 대서양에서는 허리케인,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 남반구에서는 트로피컬 사이클론이라고 불린다.
태풍은 매년 30회 가량 발생하지만, 주로 7~10월이 피크이다. 이번 태풍처럼 6월에 발생해서 한반도를 관통하는 경우는 100여 년만이다. 이 태풍이 발달하려면 충분히 따뜻한 바다 표면 온도, 기상의 불안정성, 대기의 높은 습도 등 여러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따뜻해진 바닷물의 증발로 생긴 저기압과 습도가 맞게 되면 열대성 폭풍이 발생한다. 열대성 폭풍은 북태평양 열대 바다의 수증기의 응결로 방출되는 막대한 열에너지로 유지, 증폭되며, 무역풍과 편서풍을 타고 < 패턴으로 이동하며 태풍으로 성장해나간다.
태풍의 에너지는 근원적으로 태양으로부터 온다. 태양의 복사열로 뜨거워진 적도 부근의 바다는 이 열에너지를 자연법칙에 따라 북쪽의 차가운 지역으로 골고루 나눠준다. 엄청난 양의 열에너지는 대류 현상을 통해 공기의 직접 이동으로 수송될 때 가장 효율적이다. 냄비에 물을 넣고 열을 가할 때 볼 수 있는 물의 이동 패턴도 대류현상의 일종이다.
공기의 대류는 모든 기상현상의 이면에 자리하며, 경계조건에 따라 다양한 불안정성이 매우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다. 태풍도 대류의 작은 불안정성이 끊임없는 자기증폭을 거쳐 가장 격렬한 형태로 에너지를 수송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태풍의 규모와 경로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물리학의 10대 난제' 중 하나인 난류의 이해와 연계되는 도전적 과제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이 부각되며 과거 기록에 의존하는 '평년' 이라는 말이 실효성을 잃고 있다. 예를 들어 해수면 온도 상승과 수증기량 증가는 더욱 강력한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장차 태풍의 발생빈도는 증가하지 않더라도 '슈퍼태풍' 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 대형 태풍에 응축된 에너지는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만 배에 이르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다. 전체 재해의 반 이상이 태풍 때문이지만, 우리는 그 대비가 소홀한 편이다. 이는 태풍이 자주 발생해 지진과 쓰나미 등 '블랙 스완형 재난'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자연재해의 주범인 태풍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예측은 아직도 갈 길이 멀며, 사전예방적 측면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재난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체계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 독자 기상위성의 보유국으로서 최근 '천리안'의 운용을 통해 기상정보를 빠른 주기로 받는 등 태풍의 정확한 예보를 위한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기상 예측에서 예보의 정확도는 예보관의 능력, 관측자료, 수치예보모델 성능 등에 의해 종합적으로 결정된다. 태풍의 시즌-경험 컴퓨터, 그리고 과학이 어우러진 학제간 연구의 태풍 속으로 많은 우리 과학자들이 뛰어들 때 매년 이 시즌에 TV와 라디오 앞에서 가슴을 덜 졸여도 될 것이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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