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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 합의 번복, 도청 의혹까지… 수신료 소동 뒤엔 종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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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 합의 번복, 도청 의혹까지… 수신료 소동 뒤엔 종편이 있다

입력
2011.06.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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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볼썽 사나운 몸싸움 끝에 표결 처리에 합의했다더니 민주당이 이내 이를 뒤집고 급기야 도청 의혹까지 불거졌다. 6월 국회가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놓고 이처럼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올 하반기 본격화할 '미디어 빅뱅'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회가 수신료 공방에 휩쓸려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 대행제도) 법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하반기 미디어 광고시장에 대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정치싸움의 도구로 전락한 수신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는 KBS 수신료는 월 1,000원 인상하는 안이 상정돼있다. 수신료는 1981년 가구당 월 2,500원으로 책정된 뒤 30년간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여야 모두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디지털 전환 비용 마련 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KBS 2TV의 광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근시안적 시청률 경쟁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ㆍ언론단체들은 KBS의 공정성 확보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며 인상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25일 밤 KBS가 긴급 편성한 생방송 심야토론 'TV수신료 인상, 선결조건은?'에서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KBS 내 조사에서 기자, PD의 94% 이상이 현 정부 들어 공정성이 악화했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MB 특보 출신인 현 김인규 사장을 비롯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사장'논란을 벗으려면 사장을 임명하는 KBS 이사회부터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치판으로 옮겨가면 해법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이날 토론에서 "2007년 민주당이 여당이었을 때는 지금과 반대로 민주당이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고 한나라당이 반대했다"고 말한 것은, 수신료 문제가 방송정책을 넘어 정치싸움의 도구가 돼온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게다가 이번에는 수신료 인상이 결국 2TV 광고를 줄여 하반기 출범하는 종합편성(종편)채널의 먹거리(광고)를 마련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수신료를 올리면 광고가 민간시장으로 이전되면서 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혀 의혹을 증폭시켰다.

미디어렙 공전…종편 직접 영업 길 터주나

더 큰 문제는 수신료 공방으로 미디어렙 논의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 헌법재판소가 2008년 11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독점체제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대체입법 시한에서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대로 가면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미디어 생태계에 큰 혼란이 우려된다.

민주당은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1공영 1민영'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한나라당은 종편의 미디어렙 편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시민ㆍ언론단체들은 "종편의 직접 영업을 허용하면 방송사간 과당 경쟁으로 대재앙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위탁을 촉구하며 23일 단식에 돌입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중을 비춰왔다. 당장 하반기에 종편이 영업에 뛰어들면 SBS MBC 등의 독자 미디어렙 설립 요구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 민주당이 '1공영 1민영'으로 당론을 잡긴 했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MBC와 SBS의 '1사 1렙' 주장에 휘둘릴 우려도 크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수신료 강행처리 움직임에 대해 "대치 상황을 만들어 미디어렙 입법화를 사실상 저지함으로써 종편을 밀어주려는 속셈"이라는 음모설까지 떠돌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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