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남침 저지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ㆍ등록문화재 406호)'가 공교롭게도 한국전쟁 발발일인 25일 늘어난 강물에 붕괴되면서 4대강 사업의 부실 공사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특히 감독관청인 부산지방국토청은 사고 발생 후 거짓 해명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준설 후 강 복판 교각만 보강
26일 부산지방국토청과 대우건설 등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호국의 다리에 대해 2월과 이달 초 교량보호 및 세굴(洗掘ㆍ강물에 의한 기반 침식) 방지 공사를 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갈수기에 물이 흐르던 강 복판 3~6번 교각만 보강하고, 2번 교각을 제외했다. 결국 25일 낙동강 상류에 내린 많은 비로 물이 불어나자 견디지 못하고 오전 3시30분께 교각이 무너지며 교각 상판이 강물 속으로 잠겼다.
사고 후 부산지방국토청 하천국장은 25일 "2번 교각은 준설라인 밖이어서 보강공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해 사고 원인을 교각의 노후로 몰아갔다. 하지만 주민들과 칠곡군의원 등 목격자들은 "2번 교각 바깥쪽도 준설했다"는 증언을 잇따라 내놓자 시공사측이 결국 준설 사실을 실토했다.
낙동강 부실 보강 다리 더 있어
더 큰 문제는 호국의 다리뿐 아니라 다른 교량도 상당수가 강바닥 준설 후 보강대상에서 빠졌고, 포함 됐더라도 아직 완료되지 않아 대형사고가 일어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신성주대교와 구성주대교, 신왜관교, 제2왜관교 등 대우건설 공사 구간 4개 교량도 아직 보강공사를 마치지 못했다. 또 고령교 등 다른 건설사가 시공 중인 공구의 교량도 상당수가 보강공사를 마치지 못하고 있다. 경북대 토목공학과 이영재 교수는 "준설에 따른 위험 방지를 위해 하는 교각보강은 준설 전에 하는 것이 원칙인데 공기만 맞추려고 마구잡이식으로 하다 이 같은 일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호국의 다리는 1905년 경부선 개통 때 건설돼 왜관철교로 불렸으며, 1950년 8월3일 북한군의 남하를 막으려고 유엔군이 폭파했다. 이후 폭파 구간을 목교로 재가설, 인도교로 쓰다 1979년 안전상 문제로 전면 통제됐고 1993년 철교로 가설해 인도로 이용해 왔다.
한편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상주보에서 불어난 강물에 제방 300m가 무너지고 추가 붕괴가 예상되는 등 낙동강 곳곳에서 4대강 사업 부실시공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태풍 메아리로 7명 희생
태풍 메아리가 한반도 주변을 통과하면서 전국에서 인명ㆍ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사망ㆍ실종자는 총 12명이다.
26일 오후2시께 경남 밀양시 산내면 용암마을 앞 하천에서 급류에 차가 휩쓸려 차에 타고 있던 김모(47)씨 등 일가족 5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11시에는 충북 청주시 문암생태공원 인근 무심천에서 중학생 오모(14)군이 숨져 있는 것을 수색 중이던 경찰과 119구조대가 발견했다. 25일에는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진별리 계곡에서 실종된 3세 여자 어린이를 수색하던 영월소방서 소속 이창호(30) 소방교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충북 제천시과 경북 상주시에서도 급류로 인한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재산피해도 속출했다. 충남 서천군, 충북 진천군, 경북 안동시 등에서 농경지 1,257.6㏊가 침수됐으며, 충북 진천 등에서는 비닐하우스 65동이 물에 잠겼다. 경북 안동ㆍ예천과 충북 충주 등에서는 1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충북 청원군 국도 19호선 등 9곳 총 185m의 도로가 유실됐다.
태풍의 영향으로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26일 오전 7시 제주공항을 출발할 예정이던 김포행 대한항공기 등 항공편이 잇따라 취소ㆍ지연됐다. 또 서해 연안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전면 통제됐다.
칠곡ㆍ성주=김용태기자 kr8888@hk.co.kr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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