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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미래파, 유희경 첫 시집 '오늘 아침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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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미래파, 유희경 첫 시집 '오늘 아침 단어'

입력
2011.06.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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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나를 아파한다'('불행한 반응' 중)

1980년대생(生), 2000년대 학번인 그가 끌어안은 슬픔의 그릇이 예사롭지 않다. 누군가는 기형도의 귀환이라고 얘기한다. 오랜 시간 달구어진 듯 쉬이 증발하지 않을 것 같은 문장의 열기가 아리게 시큰하다.

2008년 등단한 유희경(31) 시인의 첫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문학과지성사 발행)는 젊은 세대 새로운 서정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모르겠다. 탈서정과 탈문법으로 무람없이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던 이른바 미래파 뒤에서 등장했다는 점에서 '포스트 미래파'라는 말도 붙는다.

시집의 전반을 휘감는 정서는 부재한 것에 대한 슬픔으로 직접적인 대상은 아버지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난 다음에야, 나는 코트 속 아버지를 발견한다'('코트 속 아버지' 중)거나 '어느새 나와 아버지 사이 넓게 자리 잡은 이만 헥타르쯤의 운동장 이따금, 몰래 알약 반 개 같은 씨앗을 심지만 자라는 것은, 없다'('지워지는 地圖' 중) 등 곳곳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시인이 잃어버린, 어떤 빈 자리다.

실제 수년 전 사고로 부친을 잃은 유씨는 "아버지란 기호를 통해서 예전 행복해했던 것들, 그러나 지금 잃어버린 것들을 얘기하려고 했다"며 "제게 아버지는 어린 시절의 충만함을 지탱해준 근원적 대상"이라고 말했다. '나는 사랑하고 당신은 말이 없다'('내일, 내일' 중)라든가 '내 머리 위에 흔들리는 이가 있다면 바로 당신이다 당신은 그토록 나를 지우는 사람이다'('당신의 자리' 중) 등 그 근원적 대상을 향한 시적 화자의 아픔이 정제된 시어로 지긋하게 울린다. 기형도와 이성복 시인을 좋아한다는 그는 "이전 세대가 기형도 시인에게서 느낀 것과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 세대의 정체 모를 슬픔과 상실감이 그의 시와 닿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의 시집은 각 시마다 한 편의 이야기가 은근하게 담겨 있는 것도 특징이다. 63편의 시를 담은 시집 자체가 1부 현재, 2부 청년, 3부 소년 시기의 이야기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나온 뒤 다시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졸업한 그는 극단 '독'의 멤버로 활동하는 극작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희곡 '실선'이 무대에 올려졌고, 김정환 김근 이영주 시인과 함께 희곡집 <위대한 유산> 도 냈다. 그는 "희곡은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시는 이야기를 안으로 담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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