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61주년 기념일 새벽에 ‘호국의 다리’가 무너진 것은 애석한 일이지만,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25일 새벽 4시쯤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붕괴사실을 경찰에 처음 신고한 경북 칠곡군 왜관읍 하재의(17ㆍ순심고2)군은 “새벽 3시쯤 다리에 들어섰는데 철교 상판이 활처럼 휘고, 오른쪽으로 15도 가량 기울어 엉금엉금 기어 도망쳤다”고 급박했던 붕괴 상황을 설명했다. 다리 건너 친구집에 가던 길이었던 하군은 “거의 넋이 빠진 상태인 저의 몰골을 캐묻는 친구의 추궁을 받고서야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통행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비를 맞으며 10분여 가량 뜀박질을 해 현장에 도착한 하군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100년이 넘은 철교 상판이 무너져 내린 것을 최초로 목격한 것이다. 하군은 곧바로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새벽 4시6분이었다.
경찰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 “철거 중인 다리를 보고 착각한 거 아니냐”란 반문이 돌아왔다. 그 사이에 다리를 건너려는 주민들이 다가오자 하군은 다리가 무너진 사실을 알리며 접근을 막았다. 건너편에서 상판이 무너진 3번 교각 쪽으로 다가오는 행인이 눈에 띄자 하군은 갖고 있던 손전등으로 신호를 보내 돌아가도록 유도했다. 하군은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목이 다 쉬었다”고 말했다. 당시 무너진 호국의 다리 위는 붕괴와 함께 전선이 끊겨 조명이 나간 뒤였다. 하군의 역할은 경찰이 도착해 통행을 차단할 때까지 계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습관적으로 이동하는 주민들을 막지 않았다면 무심코 가다 강물로 추락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특히 이날 새벽의 경우 빗발이 세차게 치는 데다 조명이 끊어져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왜관읍과 약목읍을 잇는 유일한 통행로인 호국의 다리는 하루 1,000여명의 주민이 건너 다녔다.
칠곡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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