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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동강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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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동강 문화

입력
2011.06.26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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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의 발상지는 예외 없이 큰 강을 끼고 있다. 퇴적이나 주기적인 범람으로 형성된 비옥한 토지에서 농경이 발달하고 생활에 여유가 생겨 문명이 싹텄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2,700㎞의 유프라테스 강과 1,900㎞의 티그리스강을 끼고 발달했다. 두 강의 유역 면적은 111만 4,000㎢에 이른다. 이집트 문명을 낳은 나일강은 길이 6,650㎞에 유역면적이 334만 9, 900㎢이나 된다. 인더스 문명은 길이 2,900㎞, 유역면적 116만㎢의 인더스강이 낳았고, 황허(黃河)문명은 길이 5,464㎞에 면적 74만 5,000㎢의 황허 유역에서 꽃피웠다.

■북한은 1990년 대 평양 일대에서 발견된 고인돌 무덤, 구석기ㆍ신석기시대 유물을 토대로 이 일대의 고대문화를 ‘대동강 문화’라고 명명했다. 1998년 3월에는 대동강 문화가 세계 4대 고대문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5대 문화 중의 하나라고 선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주에도 “세계 5대 문화의 하나인 대동강 문화는 평양을 중심으로 한 대동강 유역에서 발생한 고대 문화”라고 보도했다. 대동강 유역은 원인, 고인, 신인 등 인류 진화의 순차적 단계를 거치며 농경문화를 위주로 한 세계문화 발상지 중 하나라는 것이다.

■ 대동강은 총 길이 441.5㎞에 유역면적이 2만 247㎢에 불과하다. 세계 4대 문명을 빚은 강들의 규모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대동강 유역의 역사가 구석기 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평양 상원군 검은모루 동굴에서 다수의 구석기시대 유물ㆍ유적이 나왔고, 덕천시 석회암 동굴에서는 ‘덕천고인’과 ‘승리산 신인’의 뼈 화석이 발굴됐다. 그러나 오래된 유물ㆍ유적이 나왔다 해서 세계적 고대문화 발상지라고 할 수는 없다. 문명의 규모와 세계사에 끼친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

■ 북한은 1993년 발굴한 단군릉을 대동강 문화의 주요한 근거로 내세운다. 그 안에 있던 단군과 그의 아내 뼈를 전자상자성공명법(ESR)으로 측정한 결과 5011267년의 수치가 나왔다는 게 북한 사학계의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크게 기뻐해야 할 일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우리 고대사를 한갓 자신들의 지방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에 맞서 민족사의 토대를 든든히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엄밀성이 부족해 신뢰하기 어렵다. 정통성이 빈약한 세습체제를 합리화하려는 애처로운 노력이라는 게 진상에 가까울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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