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도전은 반란 아닌 발악… 끝장 봐야죠"
체력소모 많지만 문제없어
발연기와 유연성 부족 애로
매일밤 아내와 춤 연습하죠
마라톤 약물 효과 별로 없어
조혈제 수사 애초에 안 믿어
감독직 맡아 후배양성이 꿈
이봉주(41) 선수. 마라톤 하나로 온 국민들을 마냥 흥분시키며 기쁨의 눈물을 뚝뚝 흘리게 한 사람. 그래서 그는 '국민 마라토너'다. 앞에 들어간 국민이라는 거대 수식어는 그가 이룬 것들의 크기를 상징해 준다. 물론 이런 수식어가 쓰이는 다른 위대한 한국인도 많다. 국민 가수, 국민 예능인, 국민 배우…. 하지만 하루하루 진정한 땀으로 자기 길을 뚜벅뚜벅 걸어 온 이 선수만큼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경우는 많지 않다. 그를 가리키는 또 하나의 이름은 '봉달이'. 절대순수함으로 그득한 그의 얼굴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얼굴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실제 생활에서도 순진무구의 풋풋한 향기가 넘친다.
그런데 그가 요즘 국민 마라토너와 봉달이로 대변되는 자신의 이미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야릇한한 도전을 하고 있다. 바로 유명인들이 스포츠 댄스로 실력을 겨루는 MBC TV 예능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화려한 댄서로 변신을 시도한 것. 더 신기한 것은 그의 댄스 실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이 선수가 스포츠 댄스를 매일 연습하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JS댄스스튜디오에서 23일 그를 만나 자신의 대변신에 대한 단상들을 들어 봤다. 또 최근 마라톤 선수 조혈제 투여 사건에 대한 의견도 물어 봤다.
_ 갑자기 예능 프로그램이라니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MBC 모 국장이 내 불알친구를 통해 제의했다. 당연히 많이 망설였다. 한국에서는 스포츠 댄스가 대중화해 있지 않다. 당연히 내가 아는 것도 그냥 두 사람이 끼고 돈다는 정도다. 달리기만 해 온 사람이 춤을 안다면 거짓말 아닌가. 철저히 문외한인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내 이미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국민 마라토너로 불리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국민 영웅의 이미지를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완전히 원점으로 돌려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_ 그런데 그렇게 무지막지한 제안을 왜 받아들였나.
"제의를 받고는 몇 개월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정을 못하자 주위에서 한번은 이런 얘기를 하더라. '이것도 스포츠다. 이름도 스포츠 댄스 아니냐. 마라톤이라는 스포츠에 운동 한 종목을 더해서 도전한다고 생각하라. 그 무엇을 떠나 도전한다는 것은 인생의 즐거움 아닌가.' 너무 훌륭한 이유라 토를 달 수 없었다. 나 스스로도 명분을 하나 만들었다. 이번에 상금을 받으면 어려운 환경의 마라톤 꿈나무에게 지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_ 스포츠 댄스를 정말 못 출 것 같으니까 섭외한 것 아니냐는 말이 있던데.
"처음에 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한 적이 있다. 스포츠 댄스가 전혀 안 될 것 같이 생겨서 캐스팅한 것 같다고. 이런 사람조차 춤을 익히고 발전해 가면 다른 사람들도 삶에 자신감을 갖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시킨 게 아니냐고. 물론 제작진에게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니 순전히 내 생각이다."
_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것은 첫 경험 아닌가.
"평생 처음이다. MBC TV의 '오늘을 즐겨라'에서 연예인과 달리기 시합할 때 나간 적이 있지만 단 하루였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고정 출연은 처음이다. 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
_ 남들보다 소심한 성격이라는데, 예능 프로그램과 엇박자도 있을 것 같다.
"정말 그렇다. 전혀 맞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은 끼가 있어야 한다. 끼를 발산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 카메라 앞에서 자기 성격과 다른 모습도 드러내야 한다. 그런데 난 온 국민이 알 듯이, 기어들어가는 성격이다. 하지만 이런 면이 장점도 된다. 순수하고 솔직한 마음은 아무나 보여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만의 전매특허다."
_ 이 프로그램에서는 댄스 실력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한데.
"스포츠 댄스는 연기력의 스포츠다. 어떨 때는 슬픔으로 금세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표정도 지어야 하고, 어떨 땐 분노로 온몸이 내동댕이쳐지는 느낌도 나타내야 한다. 때로는 기뻐서 미칠 것 같다는 듯한 표정도 만들어야 한다. 사실 그게 힘들다. 내가 지금껏 연기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출연자들 가운데 연기나 비슷한 활동을 한 사람들이 많아 엄청 부럽다. 하지만 스포츠 댄스에 대한 열정은 내가 다른 출연자들보다 훨씬 강하다. 하루하루 열정으로 실력을 키워 간다면 남들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_ 마라토너였다는 점이 스포츠 댄스에 도움이 되나.
"일단은 매일 수십㎞를 뛰었던 사람이니 체력은 좋다. 그래서 壤챨?춤추고 연습하는것은 큰 어려움이 없다. 다른 출연자들을 보면 1~2시간만 하면 힘들어 큰 대 자로 뻗던데 나는 안 그렇다. 하지만 발 연기, 이게 문제다. 또 유연성도 좋지 않다. 마라톤할 때도 나는 특별히 '뻣뻣맨'으로 유명했다. 유연한 다른 선수들을 보면 참 좋겠다 싶었다."
_ 의외로 제비처럼 춤을 잘 춘다. 사람들이 경악하며 '봉달이 아저씨의 반란'이라고 하는데.
"히히, 반란이 아니라 발악이다. 안 되는데도 끝까지 발악하는 것이다. 전혀 없던 새로운 이미지로 발악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긴 한다. 그래서 계속 발악하려 한다."
_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은가.
"휴~, 모르겠다. 장담 못하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나는 못 갖춘 게 너무 많다. 다만 마라톤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쳤을 때도 그랬듯 춤출 때나 연습할 때나 매시 최선을 다하겠다. 매 순간 노력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리고 결과는 그냥 지켜볼 뿐이다."
_ 누가 우승할 것 같은가.
"다 잘한다. 하지만 1명을 꼭 꼽으라면 영화배우 김규리다. 지난 17일 첫 경연에서도 1등 했다. 이번에 유명인들의 파트너로 출연한 프로 댄서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프로 뺨치는 실력이라 한다. 특히 자연스러운 매력이 돋보인다고 한다. 스포츠 댄스와 비슷한 춤을 예전에 공부했던 게 아닌가 싶다는 얘기도 한다. 동생도 춤을 추는 등 김규리네는 댄스 가족이라고 한다."
_ 이 프로그램이 생방송인데, 생방송을 처음 하면 몸이 오들오들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다고들 하더라.
"그 말 정말 실감한다. 생방송은 오후 9시55분부터 1시간 정도인데 그 시간 동안 너무 떨려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다. 촬영 당일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다. 오후 2시에 나가 경기 전까지 연습에다 리허설까지 강행군이다. 초인이 아니면 견디기 힘들다. "
_ 엄청난 연습량을 자랑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다. 여기 JS댄스스튜디오에 오전 11시까지 나와 오후 3시까지 연습하고,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다시 저녁 연습을 한다. 중간에 쉬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4시간 이상 연습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을 볼 시간이 도대체 없다. 아내(김미순ㆍ41)가 볼이 잔뜩 부었다."
_ 부인과 집에서 매일 연습을 한다는데.
"우리 집에선 매일 밤 춤바람이 분다. 물론 아내는 춤추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동작은 안되고 자세만 잡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춤에는 파트너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내는 댄스 파트너인 동시에 인생 파트너인 셈이다. 힘들고 귀찮을 텐데 하자고 하면 흔쾌히 해 주는 게 내가 봐도 대단하다. 마라톤 할 때도 정말 많이 도와준 사람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내 프로 파트너인 최수정을 위해 음식까지 만들어 뇌물로 바친다. 음식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예쁘다."
_ 파트너 최수정과의 호흡은 잘 맞나.
" 내가 가르쳐 주는 내용을 잘 따라가지 못해 힘들고 짜증도 날 텐데도 언제나 웃는낯이다. 천사표다."
_ 천사표 최수정은 주로 어떤 지적을 하나.
"댄스는 자세를 세워야 하는데 난 구부정하다. 팔과 고개가 떨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한없이 내려간다. 그런 점을 주로 고쳐 주려 애쓴다."
_ 김장훈은 몸이 망가져 그만두기로 했다는데 그 정도로 힘든가.
"이 운동을 하려면 많은 시간 몸이 경직된 상태로 있어야 한다. 자연히 안 쓰던 관절과 근육을 쓸 수밖에 없고, 다리 어깨가 다 쑤신다. 처음 시작할 땐 아파서 밥 먹다 누워 버린 적도 있다."
_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도 고정 출연할 계획이 있나.
"나는 스포츠맨이다. 그 본분을 지키려 한다. 이건 스포츠의 연장선상에서 한 거다. 일종의 파트타임이라고 보면 된다. 예능 프로그램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_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조혈제를 쓰게 한 혐의로 마라톤 감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선수들도 소환됐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수사 내용을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마라톤 선수가 약물을 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어차피 마라톤은 약물의 효과가 별로 없다. 충분한 훈련량이 없는데도 성적을 올려 주는 약이란 건 없다는 얘기다. 검찰은 조혈제가 그런 효과를 낸다고 의심했다는데 이것은 입증이 안 된 것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수사가 잘못 확대된 것이 아닌가 싶다."
_ 외국에서는 혹시 조혈제를 사용하나.
"조혈제가 외국에서 이용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사실 못 믿을 얘기다. 국내ㆍ외를 불문하고 선수들이 주로 도핑에 이용하는 것은 스테로이드다. 그것도 마라톤용이 아니라 단거리용이다."
_ 약물의 유혹을 느낀 적이 없나.
"약물이 선수 생활을 파멸로 이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한 선수가 감기약을 잘못 먹어 문제가 됐는데 그 이후 ご?감기약도 안 먹었다."
_ 검찰이 수사했던 선수들과 평소 친한 사이일 텐데 연락은 해 봤나.
"한 남자 선수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근거 없는 얘기라고 했다. 선수들이 얘기한 것을 믿었다."
_ 마라톤을 그만둔 후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은가.
"솔직히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이가 지금보다 두세 살만 젊어도 한번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망상 말이다. 결국 연습이 문제다. 몸 만들어야 하는데 2년 놀았으니 3~4개월 이상 훈련해야 하고, 그것도 남보다 훨씬 더해야 한다. 체중도 지금 60㎏인데 전성기 때인 57㎏으로 줄여야 한다."
_ 최근에도 마라톤 달려 봤다던데.
"경기마라톤 풀코스에 나갔는데 2시간 30분 나왔다."
_ 그래도 아직 빵빵한 것 같다. 그 기록 안 나오는 현역 선수도 많은데. 복귀하면 안 되나.
"히히."
_ 후배들이 이 선수가 세운 한국최고기록을 못 깨고 있다.
"사실 기록은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많은 훈련과 경기 당일 적절한 컨디션 조절, 매일매일 일상생활의 관리까지 모든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기록을 깬다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다. 그렇지만 지영준 선수는 한국기록을 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조언을 좀 하자면 스피드는 워낙 좋은 선수니까 지구력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_ 후배 마라톤 선수들 중 성적을 내지 못해 좌절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마라톤은 원래 '실패의 운동'이다. 아무리 안간힘을 쏟아도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좌절은 안 된다. 땀의 대가는 언젠가 돌아온다. 마라톤은 그래서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
_ 마라톤 선수로서 자신의 인생을 평가한다면.
"사실 나만큼 행복한 선수는 없었다. 성공도 하고, 인정도 받았다. 평생 감사하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_ 8월 27일부터 열리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대사를 맡았다고 들었다. 마라톤 선수뿐 아니라 이번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격려 한마디 해 준다면.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회인데 성적이 안 나올까봐 나부터도 걱정이다. 선수들은 이번 대회가 지나가면 한국이 또 언제 이런 대회를 개최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선수 인생에서 유일한 기회다. 훈련을 맹목적으로 하지 말고 뚜렷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점도 일러 주고 싶다."
_ 국민 마라토너, 봉달이 등 별명이 100개는 되던데 어떤 것이 개인 선호도 1위인가.
"봉달이는 친근감이 푹푹 녹아 있어 멋있고, 국민 마라토너는 한국에서 내가 헛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 내가 하도 부상이 많으니까 '움직이는 병동'이란 별명도 있는데 이거 빼곤 다 좋다."
_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대사 말고 마라톤 일은 어떤 것을 하고 있나.
"손기정기념재단 이사로 일하고 있다. 손 선생님 기념 사업을 하는 곳이다. TV 해설은 접었다."
_ 어린이날 SBS TV '한밤의 TV연예'에서 보니까 두 아들인 우석(초등2) 승진(초등1)군이 아빠와 달리 완소남이던데 뭐가 잘못된 것 아닌가.
"아내가 아이들 가졌을 때 참 조심히 살았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으라는 원칙은 다 알지만 지키지 못하는데 그걸 그대로 했다. 참 독한 사람이다."
_ 이 선수도 임신한 부인이 마음 편하게 잘 돌봐준 모양이다.
"그건…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_ 이 선수 같이 다 이룬 사람도 뭐 더 성취하고 싶은 일이 있나.
"후배들에게 뭔가 보탬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그래서 생각한 게 후배들을 양성할 수 있는 감독직이다. 이상하게 제의가 없어 걱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의 제일 목표다. 감독이 되면 내 선수 시절 경험을 골수처럼 모아 전하고 싶다. 대한체육회 일도 하고 싶다. 선수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후배 지향형 임원 말이다."
■ 봉달이 이봉주
이봉주 선수는 가난을 무슨 훈장처럼 달고 살아야 했던 한국의 40대의 전형이다. 그가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가난뿐이었다. 그런데도 불굴의 투지로 최고의 마라토너가 됐으니, 자수성가라는 사자성어가 그만큼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는 1970년 충남 천안시의 가난한 농가에서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성거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축구 선수가 꿈이었지만 축구팀에 들어가지 못했다. 당장 끼니가 걱정이던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천성중 진학 후에는 레슬링 선수였던 형 성주씨에게 자극을 받아 복싱과 태권도를 하고 싶었지만 이 역시 가난으로 원천봉쇄됐다.
그래서 그가 도전키로 한 것이 육상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나이가 서너 살 많은 동네 형들도 모두 제치는 육상 천재였다. 더구나 달리는 데는 공도, 글러브도, 도복도 필요 없었다. 그는 육상부가 있는 천안농고로 진학해 바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장학금을 주는 곳을 찾아 다니느라 예산군 삽교고, 홍성군 광천고로 옮겨 다녀야 했다.
고3 때 전국체전 10㎞에서 3위에 입상하면서 다른 대학이나 실업팀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는 이번에도 가난 때문에 야간이던 서울시립대를 다닐 수 있는 서울시를 택했다. 서울시 육상팀 입단 후 그의 행보는 가히 육상 천재다웠다. 그는 1990년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 2시간19분15초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서울시립대 졸업과 함께 후배를 위해 팀을 떠나야 했던 그는 1993년 코오롱 행을 택했다. 1994년부터는 명장 정봉수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실력이 일취월장,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1999년 그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 유명한 코오롱 사태다. 그는 후배 김이용 선수에 대한 부당한 처사에 반발해 당시 임상규 감독, 오인환 코치 등과 팀을 떠났다. 졸지에 무소속 선수가 돼 보령시의 여관방에서 눈물밥을 먹으며 훈련했다. 그러나 혹독한 시련에 단련돼 왔던 그에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7분20초(2위)로 한국최고기록을 세우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 대회 직후 삼성전자에 입단해 안정감을 찾은 그는 2001년 보스톤마라톤부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까지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2009년 은퇴할 때까지 그가 뛴 마라톤 횟수는 무려 40회. 세계기록 보유자도 달성할 수 없는 위업이다.
■ '댄싱 위드 더 스타 '
'댄싱 위드 더 스타'는 MBC TV가 매우 금요일 오후 9시55분부터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 포맷은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인들이 프로 댄서와 짝을 이뤄 스포츠 댄스를 추는 것이다. 점수에 따라 매회 1명씩 탈락한다.
참가자는 가수 김장훈_파트너 정아름, 모델 제시카 고메즈_파트너 박지우, 탤런트 김영철_파트너 이채원, 그룹 원더걸스 출신 현아_파트너 남기용, 바리톤 김동규_파트너 이한나, 영화배우 김규리_파트너 김강산, 아나운서 오상진_파트너 함가연, 바둑기사 이슬아_파트너 박상운, 이봉주_파트너 최수정, 그룹 HOT 출신 문희준_파트너 안혜상, 기상캐스터 박은지_파트너 권순용 등 11개 팀이다.
첫 회는 지난 10일 방송됐는데 일단 실력을 훑어보는 데 주력했다. 이어 17일에는 스탠더드 탱고와 라틴 자이브를 추게 한 뒤 심사위원 평가와 생방송 문자투표를 실시했다. 두 종목을 각각 50%씩 반영해 평가한 결과, 김규리가 최고점을 받았다. 김규리는 파트너 김강산과 2009년 KBS2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OST인 그룹 SS501의 노래 '내 머리가 나빠서'에 맞춰 정열적 탱고를 펼쳤다. 김규리는 연습 중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음에도 프로 스포츠 댄서에 버금가는 안정적 춤 실력을 뽐냈다.
반면 이슬아는 최저 점수로 탈락했다. 근육파열 부상을 딛고 도전했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김장훈은 이날 살아남았지만 곳곳에 입은 부상이 깊어져 스스로 물러났다.
출연자 가운데 이봉주는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춤을 자신의 것으로 충분히 소화해 낸 것이 눈에 보였다. 1위와 탈락자만 발표돼 이봉주 선수의 등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네티즌 사이에서는 상위권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위대한 탄생' 식의 시청자 반란이 없었다는 점이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시청자 반응으로도 이어졌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사진=신상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