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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파키스탄 정보부와 내통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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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파키스탄 정보부와 내통 드러났다

입력
2011.06.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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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 사살의 단초가 됐던 연락책의 휴대폰에서,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빈 라덴을 비호한 단서가 드러났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지난달 1일 미 당국이 빈 라덴과 함께 사살한 연락책의 휴대폰을 조사한 결과, 카슈미르를 근거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하라카트 울 무자헤딘을 매개로 ISI와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빈 라덴이 하라카트 울 무자헤딘을 파키스탄 내 네트워크로 활용해 은신처를 얻고 메시지와 자금도 전달했다는 것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연락책 휴대폰에 있는 전화번호의 통화기록을 추적한 결과 하라카트 지휘관이 파키스탄 정보부 관계자에게 전화하고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NYT는 이를 두고 빈 라덴이 이슬라마바드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아보타바드에서 수년 간 편히 지낸 이유가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는 "하라카트가 알 카에다 등 테러 단체가 근거지로 삼고 있는 남와지리스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의 네트워크가 빈 라덴이 알 카에다에 메시지와 자금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인사문제까지 관여하도록 도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라카트 울 무자헤딘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 뿌리를 둔 무장세력인데, ISI는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이 단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라카트 울 무자헤딘의 지도자들은 알 카에다와 ISI 양쪽 모두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하라카트 울 무자헤딘이 ISI를 대신해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 라덴 연락책의 통화를 도청하던 중 "예전에 같이 있던 사람들에게 돌아왔다"는 내용을 포착, 은신처에 있는 그를 추적해 빈 라덴을 사살했다.

이에대해 당사자들은 해당 보도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24일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군부는 "잘 짜여진 중상모략"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하라카트의 한 관계자는 CNN에 "우리가 수년간 빈라덴을 지원했다는 것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AP통신은 빈 라덴이 알 카에다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 이름을 바꾸는 것을 고려했다고 24일 보도했다.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수거한 서신을 인용, 알 카에다라는 이름에 미국과 성전(지하드)중이라는 의미가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유일신의 지하드 조직을 의미하는 '타이파트 알 타우헤드 왈 지하드'나, 칼리프(이슬람 최고 통치자) 체제의 회복을 추진한다는 뜻의 '자마트 이아다트 알 칼리파다트 알 라시다' 등을 대안으로 고민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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