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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재계 갈등 격화 여론은 "기업 책임 다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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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재계 갈등 격화 여론은 "기업 책임 다 했나"

입력
2011.06.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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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재계 간에 조성된 긴장이 위험수위로 치닫는 가운데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 이행을 강조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지난 21일 법인세 감세 철회, '반값 등록금' 등 정치권의 정책 추진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 촉발된 양측 긴장은 정치권이 허 회장을 국회 공청회로 불러내겠다고 나서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을 두고 조남호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출석시키는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양측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재계는 24일에도 어김없이 신경전을 주고 받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과연 대기업이 투자 및 고용 증가를 위해 할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재계를 향해 날을 세웠다. 하지만 허 회장은 이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가진 경제5단체장 간담회 자리에서 "오늘날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지 의문"이라고 정치권을 겨냥해 뼈있는 발언을 했다.

재계와 정치권의 갈등은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엄습한 양극화 심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경제는 성장한다는데 서민의 삶은 점점 어려워지는 최근의 경제 현실이 이번 갈등의 출발점인 셈이다. 정치권은 "그 근원에 과실을 독식하고도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는 재계가 있다"고 보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고환율 정책 등에 힘입어 높은 실적을 올리고도 정작 일자리 늘리기나 투자에는 인색했다는 내용의 각종 통계 수치들이 이 같은 주장을 떠받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친 양극화가 사회 불안정성을 키워 자칫 시장경제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기회균등이 약화되면 반(反)시장주의 정서가 팽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을 바라보는 제3자의 시각도 우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안종범 교수는 "기업이 반(反) 기업 정서의 확산을 막으려면 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하도급 업체를 쥐어짜고 비정규직 비율을 늘리는 현재의 성장모델로는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랄 수 없다"면서 "대기업은 선순환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협력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 대기업 총수들의 경영권 대물림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 등의 편법도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정치권의 '재계 때리기'의 바닥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를 얻겠다는 정치권의 포플리즘적 동인이 작동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반값 등록금, 감세 철회 등 최근 정치권의 '좌클릭'정책 생산 과정과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재계의 포퓰리즘 비판도 수긍이 가는 측면이 적지 않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내영 교수는 "소비자들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 이행을 평가하도록 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정치권도 눈앞의 표만 의식해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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