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7ㆍ4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 첫 비전발표회가 열린 대구시민체육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철옹성인 대구ㆍ경북(TK)에서 열린 유세인만큼 상당수 당권주자들은 '박근혜 마케팅'에 주력했다. 유일한 친박계 TK 출신인 유승민 후보를 향한 수도권 주자들의 러브콜도 뜨거웠다. "1번 표는 유 후보에게 주더라도 2번 표는 나를 달라"는 얘기였다.
최근 불거진 '친이계 회동설', '친박계-특정후보 연대설', 전 지도부 책임론 등 표심을 좌우할 이슈를 놓고서도 날 선 전선이 형성됐다.
'7분 정견발표'에서 유 후보의 이름을 언급한 후보는 수도권 6명 중 원희룡 후보를 제외한 5명. "대구경북의 미래"라는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친박표 흡수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홍준표 후보는 "당 대표는 아무래도 홍준표가 하는 것이 낫고 유 후보는 최고위원으로 꼭 뽑아달라"고 말했다. 남경필 후보는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박 전 대표에게 수도권의 젊은 표를 몰아드리겠다"며 TK 표심에 호소했다.
박 전 대표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동원, 저마다 내년 총선ㆍ대선 경쟁력을 내세우기도 했다. 홍 후보는 "대선 후보 공격이 시작되면 전사가 있어야 한다"며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라 홍준표처럼 당당한 대표가 나와야 야당을 제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후보도 "'선거의 여왕 2탄'이라는 애칭을 가진 제가 한석이라도 더 구해오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정작 유 후보는 "평소에 구박하다가 선거 앞두고서야 박 전 대표를 잘 지키겠단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각종 지원설과 연대설을 겨냥한 계파 정치 공방도 뜨거웠다. 홍 후보는 "친이계 일부에서 또 계파 투표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허수아비 대표를 세워서 18대 (총선) 때처럼 공천을 전횡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강력한 라이벌로 친이계 구주류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원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원 후보는 "위기와 변화를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를 짓누르는 패배주의를 떨쳐 내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끼리 삿대질 하는 일은 그만두자"고 응수했다.
쇄신파 간판 선수임을 자처하는 남경필 후보는 "계파 줄세우기로 쇄신의 불씨가 꺼지려고 한다. 망령처럼 다시 시작된 계파 정치와 싸우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나경원 후보도 "전대를 앞두고 공천을 담보로 줄을 세워 줄서기 전대로 흐른다는 이야기가 있다"며"물갈이는 당원의 손으로 해야지 누가 누구의 이름으로 함부로 공천의 칼을 휘두르냐"며 홍 후보를 겨냥했다.
선두 주자들을 싸잡아 겨냥한 '전임 지도부 책임론'도 제기됐다. 유 후보는 "전 지도부, 수도권 출신들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또 수도권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국민들이 텔레비전으로 이들을 다시 보게 되면 웃지 않겠느냐"고 비꼬았다. 권영세 후보는 "전임 지도부가 새 지도부가 되면 취임하자마자 쇄신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박진 후보는 "재탕 삼탕 지도부냐"고 비판했다.
이에 원 후보는 19대 총선 불출마 입장을 상기시킨 뒤 "옛날 정치를 대변하거나 자신의 희생 없이 이미지만으로 정치하는 대표가 아니라 기득권을 버린 40대 젊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대구=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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