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인도 남부 케랄라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인도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대하던 몬순이 기상청의 예측보다 2, 3일 일찍 시작된 것이다. 요즘 인도 사람들은 몬순이 지역별로 언제 시작되고 비는 얼마나 올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6월이 되면 올해 장마는 언제 시작될까에 관심을 갖는 것과 비슷하다.
몬순은 일반적으로 강우를 동반한 계절풍을 말하는데 인도에 영향을 미치는 몬순은 6월부터 9월까지 아라비아해로부터 인도쪽으로 부는 남서 계절풍이다. 몬순기간 중 연 강수량의 80%에 이르는 비가 내리는데, 인도 연간 농업용수 필요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한다. 특히 몬순기간 중 파종된 농작물의 수확량이 전체 농업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몬순은 인도 농업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도 경제에서 농업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업은 여전히 국내총생산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인구의 70%가 직·간접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등 그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 따라서 몬순이 인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프라납 무케리지 인도 재무장관이 "인도의 진정한 재무장관은 자신이 아니라 몬순"이라고 얘기하고,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 중앙은행 총재도 "비가 오면 통화정책이 효과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 1972년(강수량 697mm)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겪었던 2009년(강수량 698mm)에는 곡물생산량이 전년보다 7% 감소했다. 농업부문 성장률도 추세 성장률(3.5%)에 크게 못 미치는 0.4%에 그치면서 몬순이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이 됐다. 반면 작년에는 강수량이 평년보다 2% 증가함에 따라 곡물생산량이 8% 증가하고 농업부문도 6.6% 성장하는 등 경제성장률 8.5%를 달성하는 데 몬순이 크게 기여했다.
몬순이 물가, 특히 곡물ㆍ과일ㆍ채소 등 식품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2009년의 경우 강수량 부족으로 곡물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몬순기간이 끝난 후인 11월 식품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17% 가까이 올랐고 2010년에도 몬순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20%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평년보다 다소 많은 강수량으로 곡물생산량이 증가하자 10월과 11월에는 식품물가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
몬순은 농가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평년 수준의 몬순 강수량에 힘입어 농업생산량이 늘어나면 농가 수입과 더불어 소비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양호한 몬순 강우 전망은 소비재나 자동차 회사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또한 금의 수요에도 영향을 주는데 은행 예금 계좌가 없는 많은 시골농가가 저축 수단으로 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 금 수요의 70~75%가 농가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올해 몬순 강수량이 평년 수준을 유지하여 농가소득이 증가하면 금 수요도 작년의 930t보다 증가한 1,000t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몬순의 영향력은 농업 이외 다른 산업에까지 미친다. 몬순기간 중 강수량이 감소하면 전력생산의 26%를 차지하는 수력발전 용수가 부족하게 되어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도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평년 수준의 강수량이 예상되며 지금까지 지역별 강수상황도 양호하다고 한다. 인도 정부가 올해 곡물생산량이 작년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최근 인도 경제는 지난해에 비해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무쪼록 올해 예상대로 평년 수준의 비가 내려 '인도의 진정한 재무장관'인 몬순이 인도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물가도 안정시키기를 기대해 본다.
최윤철 한국은행 국제경제실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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